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는 7월 19일부터 KT가 치른 18경기 중 6번 선발로 등판했다.
KT 선발진에 부상 선수가 있는 건 아니다. 장마로 인해 우천순연 경기가 늘어났고,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투수의 등판일을 미룬 것이다. 7월 25일 NC전과 30일 KIA전 사이 나선 KT 투수는 김민수(28)뿐이었다.
코칭스태프는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여름 승률을 높일 수 있었다. KT는 이 기간 데스파이네가 등판한 6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데스파이네는 장마 기간 가장 많이 던지고도 "코칭스태프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부작용도 생겼다. 국내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보름 넘게 벌어졌다. 지난 한 달 동안 소형준(19)과 김민수는 세 번, 배제성은 두 번만 등판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는 네 번 던졌다.
소형준은 긴 등판 간격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충분한 휴식을 동해 더 강한 구위와 정교한 제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8월 1일 SK전 이후 열흘 만에 나선 SK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등판인 16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KT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현재 소형준의 피칭은 3선발급이다.
그러나 기존 3선발 배제성(24)은 매우 부진하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13일 SK전에서 5이닝 11피안타 8실점을 기록했다. 1, 2회 모두 4점씩 내줬다. 직전 등판이었던 7월 21일 LG전에서도 5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7월 28일 KIA전은 2회 말 진행 중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 경기에서도 1, 2회 모두 1점씩 내줬다.
배제성은 '빅이닝'을 자주 허용하는 편이다. 이강철(54) KT 감독은 "1점도 주지 않으려다가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릴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경기 연속 6점 이상 내줄 정도로 난조를 보인 적은 없었다. 긴 휴식이 독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7월 21일 LG전도 2주 만에 복귀한 경기였다.
한여름 체력 관리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의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민수의 경우,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등판한 6월 평균자책점은 3.51로 준수했다. 9~10일 간격으로 등판한 7·8월 4경기 평균자책점은 6.14였다.
우기(雨期)를 맞이해 데스파이네를 집중적으로 기용한 건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덕분에 KT는 7월 10개 구단 최고 승률(0.714)을 기록했고, 지난주까지 치른 8월 11경기에서도 6승 5패로 선전했다. 54일 동안 이어진 장마가 이제 끝났고,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KT의 국내 선발, 특히 4, 5선발의 컨디션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순위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선발 위주의 로테이션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소 이강철 감독은 평소 "(선수의 장점과 컨디션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지도자다. 배제성과 김민수를 발굴해 선발로 육성한 것도 이강철 감독이다. 이제 KT 선발진에는 균형과 조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