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현대건설 배구단의 계약해지가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팀내 따돌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은 악성 댓글이 아니다.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훈련 배제, 선수생명을 막은 구단 프런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유민은 7월 31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자료를 공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 의도적인 따돌림과 훈련 배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유민은 지난 2월 29일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고, 이후 구단과 협의를 거쳐 임의탈퇴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박지훈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구단이 의도적으로 고인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도 긍정적이었다. 이것을 미끼로 고유민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5월 1일 임의탈퇴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가 내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고유민은 김 모 전 현대건설 사무국장과 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팀 코치에게도 트레이드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계약해지가 될 경우 원소속구단은 해당 선수에 대한 보류권이 사라진다. 임의탈퇴처리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복귀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는 다른 팀에서 뛰고 싶은 의사가 있었으나 현대건설이 잔여 연봉(4개월치)를 주지 않기 위해 계약 해지한 뒤, 임의탈퇴로 선수 생명까지 묶었다"고 했다.
고유민의 어머니 권씨는 "이도희 감독 부임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감독 부임 후 연습도 제외시키고, 아프다고 해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딸이 말했다"고 했다. 이어 "팀내 동료가 자해한 걸 도와준 뒤 코칭스태프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이 감독 부임 1년 후부터 수면제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구단과 이도희 감독이 이를 알고 있었는데도 선수 관리에 소홀했다"고 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향후 민형사 소송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현대건설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고인은 2019-20시즌 27경기 중 25경기, 2018-19시즌은 30경기 중 24경기에 출전했다. 경기 및 훈련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주전 리베로 김연견 부상 이후 고유민을 리베로로 기용했다.
현대건설 측은 "고유민이 시즌 도중 아무런 의사 표명없이 팀을 이탈했다. 이에 구단에서 이탈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인터넷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본인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 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경찰에서 정식 조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으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측만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구단에서는 고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반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