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7월 이후 3연패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원동력은 투·타의 조화. 마운드와 타선이 서로 보완하는 흐름이 잘 이어지고 있다.
KT는 6월까지 치른 48경기에서 21승 27패(승률 0.438)로 KBO리그 8위에 머물렀다. 이 기간 KT의 공격력은 괜찮았다. 팀 타율(0.289) 3위, 홈런(55개) 2위, 득점(275점) 4위였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공격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KT의 팀 평균자책점(5.54)은 리그 9위였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6점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블론세이브(9개)를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였던 이대은이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그를 대신한 김재윤의 투구에도 기복이 있었다. 유원상과 조현우 등이 선전했지만, 접전에서 이겨내는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KT의 마운드가 안정감을 찾아가면서 타선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KT 투수진은 7월 이후 지난주까지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1위다. 구원진 평균자책점(4.18)은 3위. 선발진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소형준이 9승을 합작하며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유원상의 힘이 조금 떨어졌을 때 이보근이 컨디션을 회복했다. 덕분에 KT의 7·8회 수비가 견고해졌다.
지난 주말 두산 3연전에서는 KT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 경기에서 KT의 경기당 득점은 4.67점에 불과했다. 6점 이상 얻은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선발투수 3명이 모두 호투했고, 계투조도 박빙 승부에서 2승(1·3차전)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베테랑 2루수 박경수는 지난달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지금 타격감이 좋아도 분명히 떨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는 투수진이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말대로 타선의 파워가 빠졌을 때 마운드가 힘을 내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 덕분에 타선의 부진이 부각되지 않고, 승률도 안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의 상호 보완은 타선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7월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던 로하스는 8월 11경기에서 타율 0.261에 그치고 있다. 2번 타자로 배치된 후 타점 생산력이 향상됐던 황재균도 득점권 14타석에서 2안타에 그쳤다.
그러자 강백호와 유한준의 방망이가 뜨거워졌다. 지난달 22경기에서 타율 0.253에 그쳤던 4번타자 강백호는 8월 11경기에서 타율 0.349, 출루율 0.440을 기록했다. 7월 말 슬럼프에 빠졌던 유한준도 타격감을 되찾았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안 맞을 때는 로하스가 앞 타순에서 역할을 잘해줬다. 최근에는 로하스가 안 맞기 시작하자 강백호의 출루율이 높아졌다. 타선이 시즌 초반처럼 '빅이닝'을 많이 만드는 건 아니지만, 동반 슬럼프 없이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쐐기포를 터뜨리며 반전의 발판을 만든 황재균은 "우리 타자들이 함께 침체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투타 밸런스도 나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