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에서 일반적으로 선행형이라고 하면 마지막 한 바퀴(333m)를 전후로 승부 시점을 갖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들에 앞서 빠른 스타트로 한 바퀴 반(500m)에 육박하는 승부 시점을 갖춘 선행형들이 눈길을 끈다. 외형적으로는 거침없는 시원한 전개로 팬들의 기억 속에 쉽게 자리 잡지만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승부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기존 선수로는 특선급의 조봉철(14기), 우수급의 정대창(18기)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고, 신예로는 마스터즈 100km 우승 경력의 ‘비선수의 희망’ 안창진(25기)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이밖에 우수급의 류근철(21기), 손재우(24기) 선발급에서는 터줏대감 이주하(16기)를 비롯해 심상훈(24기), 강형묵(21기), 임요한(24기)도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한 바퀴 반’ 선행형은 기계적인 승부 시점과 상대 활용에 인색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마치 알람을 맞춰놓은 듯 타종 시점에 이미 내선을 장악하거나 선두권에 나서는 모습이 다수다. 일반적인 선행시점보다 한 바퀴 반 정도를 소화하는 지구력을 갖추고 있다. 또 편성의 구성에 따라 전법, 전개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선행승부만을 고집한다. 앞선에 선행형이 있어도 승부거리를 좁히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바퀴 반’ 선행형을 만날 경우 끌어내는 전략을 선호하는 마크형들은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시속이 서서히 올라가는 일반적인 선행형들과 달리 스타트가 빨라 끌어내는 전략의 타이밍을 쉽게 빼앗으며 일찌감치 자신의 후위를 끌고 나오기에 내선에서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전개적으로 일방통행의 일자 형태가 대부분으로 외선(외곽)의 젖히기 형태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력 질주의 시점이 길다 보니 추주하는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아 젖히기형들이 단스피드(파워)를 단시간에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한 바퀴 반’ 선행형은 이변의 근간을 이루는 전개의 변화가 적다 보니 배당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강축들도 노골적인 연대의 선수가 붙지 않는 한 지켜주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도전세력이 아닌 축으로 나설 경우에는 아무래도 승부 시점상 작게는 쌍승식에서 크게는 3위권으로 밀려나는 이변도 염두해야 한다.
김동우 경륜전문가는 “선행 계열의 선수들도 각각 색깔에 따라 전개 양상이 다를 수 있어 베팅 전략 역시 적절한 차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