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은 스포츠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근육이 탄성을 갖고 늘어나는 성질이나 신체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한 관절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운동선수의 부상 방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초체력 중 하나다.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꽤 많다. 유전적 요인이나 연령, 성별, 체온 그리고 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유연성은 노화에 따라 감소하고, 체온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모든 선수는 운동 전 워밍업을 포함한 준비운동을 한다. 근육을 가볍게 움직여 관절의 자극을 유발해 근육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워밍업 종료 후에는 유연성 훈련이 필요하다. 스트레칭은 대표적인 유연성 훈련의 하나로 관절의 운동성을 최적화한다. 야구선수에게 유연성 훈련은 순간적인 파워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팔꿈치와 어깨다. 지난해 KBO리그 세이브왕에 오른 SK 하재훈은 오른 어깨 극상근 손상 진단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LG 투수 차우찬도 왼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 16일 한화 김태균은 왼 팔꿈치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추신수의 팀 동료 텍사스 투수 코리 클루버가 최근 오른 어깨 근육 파열로 쓰러졌다.
팔꿈치와 어깨 못지않게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부위가 발목이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매일 걷고 달린다. 가벼운 점프 동작도 한다. 이 동작은 발목 관절을 중심으로 발바닥을 바닥 쪽으로 미는 저측굴곡을 통해 이뤄진다. 야구선수에게 중요한 건 저측굴곡의 반대인 배측굴곡(손이나 손가락 또는 발이나 발가락을 손등이나 발등 쪽으로 굽히는 일)이다. 경기 중 많이 발생하는 배측굴곡은 종아리 뒤쪽 근육근의 긴장을 유발한다. 배측굴곡이 포함된 유연성 훈련은 아킬레스건 부상 방지 및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야구에서는 타격, 달리기, 쪼그려 앉기는 물론이고 투수의 와인드업 자세에서 일정 수준 이상 배측굴곡에 의한 충분한 관절 가동 범위가 필요하다. 와인드업할 때 투수는 발목의 배측굴곡으로 체중을 실은 후, 킥 동작에서 강력한 저측굴곡을 통해 몸 중심을 앞쪽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운동 에너지가 생산된다.
만약 배측굴곡 각도가 부족하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해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2014년 투수들이 발목 배측굴곡 유연성 트레이닝을 한 뒤 투구 스피드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유연성은 단시간에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체력요인 중 하나다. 꾸준히 유연성 훈련을 진행하면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발목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 많이 하는 유연성 훈련방법에는 근육이나 관절 가동 범위를 넓히는 정적·동적 스트레칭, 고유 감각 신경 근육촉진법(PNF stretching), 짧아진 근육부위에 강한 촉진을 줘 긴장된 근육을 풀어 그 길이를 늘어나게 하는 자가 근막 이완법(SMR) 등이 있다. 최근 종목 프로팀에서는 정기적으로 요가, 필라테스로 선수들의 유연성, 관절가동범위, 신체 밸런스 유지 훈련을 한다. 그런데도 아직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