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고 에이스 김진욱(18)이 졸업 전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강릉고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전통의 강호 신일고를 7-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75년 창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강릉고는 명실상부 올해 최강 전력으로 꼽혔다. 고교야구 최강 투수인 김진욱과 2학년 원투펀치 최지민·엄지민,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김진욱이 최고의 기량을 뽐낸 지난해와 올해를 첫 우승 적기로 여겼다. 우승을 위해 강릉고는 여러 차례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지난해 청룡기와 봉황대기, 올해 황금사자기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국 네 번째 결승에 오른 이번 대통령배에서 정상에 우뚝 섰다.
김진욱이 큰 역할을 했다. 결승전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6과 3분의 2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직접 잡아내며 첫 우승을 확정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도 김진욱에게 돌아갔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폭우로 경기가 1시간 30분가량 중단됐고, 경기 재개 후에도 비가 끊임없이 오락가락했다. 결승전이라는 부담감과 에이스의 책임감이 겹쳐 뜻밖의 제구 난조까지 겪었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자신이 꼭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오히려 평소보다 공이 좋지 않았다. (5회 말 연속 볼넷 허용 후) 마운드에 올라가 '줄 점수는 줘도 되니 부담 없이 편하게 던져라'고 다독였다"고 귀띔했다.
잠시 흔들렸다고 무너질 김진욱이 아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도 정말 잘 던지던 투수가 가끔 연속 볼넷도 주고, 밀어내기 점수도 주지 않나. 나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 제구가 안 되는 날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열심히 던지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에이스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자 팀은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김진욱은 "네 번이나 결승에 올라갔으니 한 번쯤은 우리가 우승할 거라고 자신했다. 졸업 전 마지막 대회라 우승 순간 꼭 마운드에 서 있고 싶었다. 마지막 아웃을 잡을 때, 우승 기념구를 챙기려고 서둘러 1루로 달려가느라 세리머니를 멋지게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귀띔했다.
이제 김진욱은 프로로 간다. 한 달 뒤 열리는 KBO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그가 내년부터 뛸 소속팀이 결정된다. 그는 가장 유력한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다. 김진욱은 "2학년 때 임성헌 투수코치님을 만나 구속이 많이 늘었다. 항상 옆에서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대회에서 많이 던진 후배 최지민과 엄지민도 고맙다. 남은 1년도 지금처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평생 못 잊을 학창시절에 최고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고교 생활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마지막을 우승으로 마무리해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간다"며 비로소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