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FC 바르셀로나의 간판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가 이적을 결심했다. ‘축구의 신’ 메시의 거취는 유럽 클럽축구 판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특급 변수다.
영국 BBC는 “메시의 대리인이 26일 소속팀 바르셀로나에 팩스를 보내 계약 종료를 공식 요청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메시가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구단과 불화 때문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신임 사령탑 로날드 쿠만(57·네덜란드) 감독과 기싸움에 있다. 메시의 고국 아르헨티나 매체 디아리오 올레는 “쿠만 감독이 최근 메시와 만나 면담하며 ‘이제껏 (간판 스타로서) 누려 온 특권은 더 이상 없다. 무조건 팀이 먼저다. 나에게서 융통성을 기대하지 말라’며 다그쳤다”고 26일 보도했다.
구단 수뇌부와 갈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근래들어 메시는 주젭 마리아 바르토메우(57) 바르셀로나 회장과 꾸준히 대립각을 세웠다. 지도자를 교체하고 선수 구성을 바꿀 때마다 메시는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최근에는 공격 파트너 루이스 수아레스(33ㆍ우루과이)를 비롯한 주전급 5명이 한꺼번에 물갈이 대상에 오르자 “그들이 떠나면 나도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시는 2000년대 들어 명실상부한 ‘바르셀로나의 얼굴’이었다. 유스팀을 거쳐 2004년 1군에 데뷔한 이후 16년간 731경기에 출전해 634골 285도움을 기록했다. 메시를 앞세워 바르셀로나도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10차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4차례,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우승 6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3차례 등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선수 자신도 같은 기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Ballon d‘Or) 트로피를 6차례 품에 안았다.
‘원 클럽 맨(One Club Manㆍ선수 이력을 한 팀에서 마친 선수)’이 될 거라 믿었던 메시의 이적 요청 소식에 바르셀로나 팬들은 분노했다. 관련 사실이 보도된 직후 홈 구장 캄프 누와 구단 사무실에 팬들이 몰려가 “모든 책임은 메시를 존중하지 않은 바르토메우 회장에게 있다”며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내년 바르셀로나 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빅토르 폰트는 “바르토메우 회장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지켜내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새 회장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축구계 스타들도 목소리를 냈다. 현역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48)는 자신의 SNS에 “와우!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글을 올렸다. 옛 동료 카를레스 푸욜(42)은 “존경과 존중. 레오(메시의 별명), 너의 결정을 지지해 친구”라고 격려했다.
메시의 행선지로는 맨체스터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인터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등이 거론된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라디오는 “메시가 펩 과르디올라(49) 맨시티 감독과 이적에 대해 교감을 나눈 상태다. 맨시티는 메시 영입을 위해 3억 유로(4214억원)를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메시가 올 여름에 새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2021년 6월까지 계약했지만, 올 시즌 종료 직후 선수 자신의 결정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단, 계약서에는 ‘계약 변경을 원할 경우 6월1일 이전에 구단에 통보해야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통상적인 시즌 종료 시점(5월 말)을 감안해 정한 날짜인데, 올 시즌엔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미뤄져 리그가 지난달 20일에 종료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이달 24일에야 끝났다.
마르카는 26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계약 파기 조항은 6월 이후 효력을 잃지만, 올 시즌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감안해 유예하는 것이 옳다”고 보도했다. 구단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계약서 조항을 곧이곧대로 적용할 경우, 메시가 구단의 뜻을 거스르고 지금 당장 팀을 옮기려면 바이아웃(소속팀 동의 없이 선수와 이적 협상할 수 있는 액수)을 지불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바르셀로나가 메시에 책정한 바이아웃은 7억 유로(9800억원)다.
바르셀로나가 적극적으로 메시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BBC는 “온ㆍ오프라인에서 악화된 여론이 바르토메우 회장의 사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메시 이적 관련 이슈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르토메우 회장은 “내 자리를 노리는 이들의 악의적인 선동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