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가격이 인상된 롯데제과 나뚜루 제품. 롯데제과 제공 롯데그룹의 식음료 계열사들이 코로나19 혼란 속에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각종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판촉비 등의 상승으로 경영 제반 환경이 악화했다는 게 이유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서민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9월 1일부로 목캔디와 찰떡파이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평균 10.8% 인상한다.
갑 타입의 목캔디는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올린다.
대용량 제품들은 가격을 유지하고 용량만 축소한다. 둥근 용기 타입 목캔디는 137g에서 122g으로, 대형 봉타입은 243g에서 217g으로 축소한다.
9월1일부터 가격이 인상되는 롯데제과 목캔디와 찰떡파이. 롯데제과 제공 찰떡파이는 용량을 축소한다. 6개들이는 225g에서 210g, 10개들이는 375g에서 350g으로 줄였다. 사실상 가격 인상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판촉비 등의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제과는 지난 6월에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의 파인트, 컵 등 가격을 평균 10.5% 인상한 바 있다.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바와 컵은 3900원에서 4300원, 콘은 3800원에서 4300원, 파인트는 1만500원에서 1만1600원으로 올렸다.
롯데제과는 당시에도 인건비, 판촉비 및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경영 제반 환경 악화를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물가 당국의 견제가 느슨해지자 롯데가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롯데그룹 식음료 계열사의 가격 인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4월 용량을 줄인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롯데칠성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 1차 유행기였던 4월에 소매점에서 팔리는 칠성사이다·펩시콜라 355㎖ 캔 제품을 330㎖로 대체, '꼼수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용량이 약 7%인 25㎖ 줄었으나 롯데칠성은 출고가를 동일하게 해 사실상 가격을 7% 올린 효과를 봤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 효과보다는 패키지 변경에 중점을 뒀다”며 “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앞서 롯데칠성은 연초에도 핫식스와 밀키스 등 음료와 아이시스와 트레비 등 생수 라인의 편의점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롯데푸드의 뽀모도로 스파게티. 롯데푸드 롯데푸드 역시 편의점에 납품되는 뽀모도로 스파게티의 가격을 3800원에서 최근 4300원으로 올렸다. 상승률은 13.2%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로 '실적 부진'을 꼽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49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6.9% 줄어든 255억원에 머물렀다.
경쟁사인 오리온이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상반기 국내외에서 도드라진 성장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더욱 초라한 성적이다.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비스킷, 스낵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각각 21.9%, 10.9%로 전년 동기 대비 1.6%p, 1.1%p씩 하락했다.
앞서 가격을 올린 롯데칠성과 폿데푸드는 가격 인상 효과는커녕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7% 줄었고 매출액은 5980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외식이 줄어들면서 탄산음료 등의 수요가 줄었고 다른 음료군도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는 평가다.
롯데푸드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24.7% 하락한 1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4406억원으로 5.5% 줄었다. 유지식품, 빙과, 육가공 부문 등 전 사업부문에서 매출이 뒷걸음질을 쳤다. 급식 우유 감소로 빙과, 우유 부문도 부진했고 간편식 수요가 늘었지만, 경쟁사 대비 시장 장악력이 떨어져 전사 매출에 기여도가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