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로하스 주니어(30)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KT는 올 시즌 내내 3·4번 타자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로하스는 7월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타율(0.387), 최다 안타(108개), 홈런(25개), 타점(65개), 득점(63점), 출루율(0.443), 장타율(0.746) 부문에서 모두 리그 5위 안에 들었다. 2010년 이대호(롯데) 이후 10년 만에 타격 7관왕에 다가설 것으로 보였다.
로하스는 "겨우내 유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팀 배팅이나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한다"며 그의 변화를 짚었다. 더 완숙한 스위치 히터로 진화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우타석에서 변화구 대응력이 좋아졌다.
그러나 로하스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로하스는 8월 23경기에서 타율 0.206(97타수 20안타)에 그쳤다. 이 기간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중 네 번째로 낮은 타율이다. 8월 23~24일 NC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며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후 6경기에서 타율 0.115, 1홈런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340로 떨어졌다.
홈런은 7개를 때려낼 만큼 로하스의 장타력은 줄지 않았다. 그러나 정교한 타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7월까지 0.22개였던 타석당 삼진은 0.25개로 늘었고, 0.66이었던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1.26으로 증가했다. 빗맞은 타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강백호와의 엇박자도 개막 넉 달째 이어졌다. 3번 로하스가 득점 기회를 만들면, 4번 강백호가 해결하지 못하는 장면이 잦았다. 강백호의 득점권 타율은 0.225에 그쳤다.
대범한 강백호도 데뷔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서는 상황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가 앞 타순에서 출루를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강)백호가 부담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강백호는 8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8월 23경기에서 타율 0.352·4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도 이전보다 높아진 0.280. 8월 19일 삼성전에서 40일 만에 홈런을 쳤고, 이후 10경기에서 홈런 3개를 추가했다.
강백호가 살아나자 로하스가 침묵에 빠졌다. 지난달 이강철 감독은 "두 타자가 같이 잘 친 경기가 많지 않아서, (두 타자) 사이에 유한준을 포진시킬 생각도 해봤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백호가 부진할 때도 이강철 감독은 타순을 바꾸지 않았다. 두 타자 중 하나는 터진 덕분에 꾸준히 승수를 쌓기도 했다. 그러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후반기에는 타순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로하스가 타순 조정의 대상일 수 있다. 강백호의 뜨거운 타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