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청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청결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결벽증은 강박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강박증은 5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선 강박증(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아보자. 강박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장면이나 생각이 계속 떠올라 불안해진다. 그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하지 않는 사고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
결벽증을 예로 들어보자.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외출했을 때의 옷을 입고 집안의 의자에 앉거나 침대에 누울 수 없다. 또한 집에 들어오면 자신의 물건을 물티슈 등으로 깨끗이 닦아야 한다. 아울러 손에 세균이 묻어 있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반복해서 씻는다.
이외에도 강박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규칙이나 순서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눈물을 흘리거나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강박증을 “살아있는 죽음”이라 칭하는 이들도 있다.
잉글랜드의 축구 영웅이자 패션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도 강박증을 앓고 있다. 2006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주위의 모든 물건을 일렬로 세워야 하고, 서로 짝을 맞춰야 한다"며 "호텔에 투숙할 때 가장 먼저 책이나 전단 등을 서랍에 넣고, 내가 원하는 대로 호텔 방을 정리한다. 그래야 쉴 수 있다"고 고백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베컴의 이러한 증상을 눈치챈 팀 동료들은 그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호텔 방안의 옷이나 잡지들을 어질러 놓기도 했다고 한다.
베컴의 부인이자 유명한 가수였던 빅토리아는 그의 증상을 음료수 전용 냉장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만약 음료수 캔이 3개 있다면 이를 짝수로 만들기 위해 하나를 버린다고 했다. 아울러 베컴은 집안의 가구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하얀색 옷을 입기도 한다. 옷장에 보관된 그의 셔츠는 언제나 같은 컬러끼리 배열되어 있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베컴은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이를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소한 강박 증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 강박증은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완벽주의와 연결되는데, 불안이나 두려움 때문에 완벽을 추구한다고 전해진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 상당수가 강박증이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베컴 역시 모든 게 가지런하고, 깨끗하고, 정확하기를 바라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덕분에 수많은 훈련을 통해 그의 전매 특허인 '택배 크로스'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강박증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거나 개인의 성장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러한 증상을 숨기기에 바쁘고 치료받기를 망설인다. 하지만 베컴 같은 슈퍼스타가 자신의 상태를 공개적으로 언론에 밝히면서,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베컴의 강박증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자신만이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라파엘 나달은 경기 전, 독특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달은 경기 시작 45분 전 아주 찬 물로 샤워를 하고, 두 양말을 같은 높이로 신는다. 그는 관중을 바라보면서 점프를 하며 자켓을 벗는다. 언제나 똑같은 정확한 위치에 음료수병을 두는 나달은 예외 없이 에너지 드링크를 먼저 마시신 뒤 다음에 물을 마신다. 그는 또한 상대 선수와 코트를 바꿀 때 언제나 상대방이 먼저 네트를 지나가게 한다.
서비스를 넣기 전에 나달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서비스를 하기 전 그는 어깨와 코에서 땀을 닦은 다음, 한쪽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긴 뒤 다시 코에서 땀을 닦는다. 그 다음 다른 귀 뒤로 머리카락을 밀고, 다시 코에서 땀을 닦는 행동을 반복한다. 또한 나달은 공을 튕기면서 반바지 길이를 조정하고, 포인트가 날 때마다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어떤 이들은 나달의 이러한 행동이 상대의 기세와 리듬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을 미신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나달이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나달은 자신의 행동이 강박증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미신이라면 왜 자기가 경기를 지든 이기든 똑같은 행동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달은 "경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나만의 독특한 루틴이 있다. 이를 통해 난 심리적인 이익을 얻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