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인원으로는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선두 경쟁에서 밀려 있는 두산이 다시 한번 뒤집기를 노린다.
두산은 지난주까지 KBO리그 공동 4위에 머물렀다. 8월 중순까지 2~3위를 지켰지만,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치른 16경기에서 6승2무8패로 고전했다. 이 기간 두산 선발 투수가 거둔 승리는 3번뿐이다. 불펜진이 부진했다. 득점력에도 기복이 있었다. 그사이 두산 앞에서 LG, 뒤에서 KT가 상승세를 탔다. 3위 키움, 6위 KIA와의 승차는 모두 2.5경기다.
지난해 통합 챔피언을 차지한 두산은 올해도 우승 후부 1순위였다. 현재 성적은 예상을 훨씬 밑돌고 있다. 개막 초반에는 불펜 난조, 6월 이후에는 부상자 속출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상승세를 타도 금세 꺾였다. 5연승 이상은 단 한 번뿐이었다.
어느새 두산은 중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5강 경쟁 팀들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9월에 들어서자 두산은 원래의 전력이 되찾아가고 있다.
일단 마운드 안정이 기대된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9일 KT전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그는 7월 16일 SK전에서 타구에 왼발을 맞고 골절상을 당한 뒤 그동안 긴 재활훈련을 이어왔다.
플렉센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4점 이상 내준 경기가 한 번밖에 없었을 만큼 안정적인 투수다.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두산은 8승을 거뒀다. 평균 5⅓이닝을 소화하기 때문에 불펜 소모도 줄일 수 있다. 8일 KT전 선발 투수는 라울 알칸타라다. 8주 만에 두산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나란히 등판하는 것이다.
플렉센의 복귀로 선수 활용폭도 넓어졌다. 대체 선발로 뛰었던 이승진이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일단 플렉센의 복귀전에서 이승진을 두 번째 투수로 붙여서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이승진은 향후 불펜에서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른손 투수 이승진은 컷 패스트볼(커터)와 커브의 효과적인 조합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SK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뒤 '대체 5선발'로 나서며 흔들리는 두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향후 롱릴리버나 추격조 투수로 활용될 전망이다. 6월 중순 이후 이용찬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우완 박종기도 2군에서 재충전을 마치고 복귀했다.
올 시즌 내내 이탈자가 끊이지 않던 타선도 비로소 베스트 라인업을 갖췄다. 왼쪽 종아리 통증으로 빠졌던 허경민은 1군에 복귀한 뒤 9월 5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주전 포수 박세혁도 최근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안방을 지켰다. 어깨 통증에 시달리던 김재호의 기량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허경민이 복귀한 8월 27일 이후 두산 타선은 9경기에서 타율 0.304를 기록했다. 선수별로 성적 차이는 있지만, 타선의 전반적인 무게감이 향상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연이은 악재를 생각하면, 두산이 잘 버텼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현재 있는 자원으로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던 김태형 감독도 6일 SK전을 앞두고 "플렉센도 돌아왔으니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100경기를 치를 때까지 1위 SK에 8경기 차로 뒤진 3위였다. 이후 43경기에서 28승 1무 14패를 기록했고, 최종전에서 NC에 승리,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100경기 전후로 정상적인 전력을 갖췄다. 두산은 이제 스퍼트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