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린 프로 2년차 엄원상(21·광주 FC). 그를 향한 박진섭(43) 감독의 신뢰는 뜨거웠다. 처음 경험하는 K리그1(1부리그) 무대에서 그는 위축되기는커녕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그라운드를 휘젓는 엄원상과 함께 광주도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
광주는 1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0라운드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그토록 바라던 전용구장 첫 승은 또다시 놓쳤지만,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전북을 상대로 난타전 끝에 거둔 무승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박진섭 감독은 "이기고 싶어서 공격적으로 나섰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하위권에 머물던 광주가 앞서 19라운드에서 1위 울산 현대와 1-1로 비긴 데 이어, 2위 전북과도 비기며 승점을 따낸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최근 성적도 7경기 연속 무패(2승5무)로 좋은 편이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리그) 1위 팀 광주는 승격 후 시즌 초반, K리그1 무대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8월 무패 행진을 달린 광주는 중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상승세를 이끄는 건 광주가 자랑하는 '삼각편대'다. 지난 시즌 K리그2 득점왕 펠리페(28)를 중심으로 윌리안(26)과 엄원상이 광주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펠리페(10골), 엄원상(6골 2도움), 윌리안(4골 2도움)이 합작한 20골이 올 시즌 광주의 전체 득점(26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엄원상의 활약이 눈부시다. 시즌 초반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던 엄원상은 리그가 후반에 접어들수록 물오른 '공격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엄원상의 플레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모하메드 살라(28)를 닮았다고 해서 별명도 '엄살라'다.
엄원상이 축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지난해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였다. 엄원상은 그라운드 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주며 한국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고,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도 함께했다.
덕분에 엄원상은 K리그1 무대에서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중요한 경기, 강팀과 대결에서 특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 올 시즌 엄원상의 첫 골은 4라운드 울산전에서 나왔다. 이 골 덕분에 광주는 1-1 무승부를 거두며 개막 3연패에서 벗어나 첫 승점을 따낼 수 있었다. 18라운드에서 울산과 비기면서 광주는 전북과 함께 올 시즌 울산에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유이한' 팀이 됐다.
6경기 무승 탈출의 신호탄도 엄원상이 쏘아 올렸다. 엄원상은 광주가 6경기 연속 무승(1무5패)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치른 14라운드 인천전에서 멀티골을 기록, 3-1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의 7경기 연속 무패 첫 단추가 되는 승리였다. 또 16라운드 강원 FC전에서도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골을 성공하며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엄원상은 이 골로 광주축구전용경기장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엄원상은 19라운드 울산전에서 윌리안의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20라운드 전북전에선 전반 3분 만에 터진 선제골을 포함한 멀티골을 폭발했다. 100m를 11초 대에 주파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피드에 성실함과 자신감을 갖춘 엄원상을 막기란 그 어느 팀이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그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광주의 파이널 A 진출은 물론, 엄원상의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도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