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운전자의 안전을 책임진 사이드미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사이드미러 대신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해 사각지대를 없앤 미러리스(Mirrorless) 자동차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트럭은 최근 사이드미러 대신 미러캠(카메라)이 달린 트럭 '뉴 악트로스'를 국내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미러리스 트럭인 뉴 악트로스는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로 차 주변 상황을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약 1.3%(유럽 기준)의 연료 소모 절감을 실현했다.
앞서 아우디도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사이드미러가 없는 양산형 전기차가 'e-트론 55 콰트로'를 출시한 바 있다.
e-트론 차량 양쪽에는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들어갔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거울형 사이드미러가 아니라 카메라 기반의 사이드미러 시스템이다. 카메라 기반의 사이드미러 화면은 차량 내부 OLED 디스플레이에서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
렉서스도 지난 2018년 사이드미러 대신 ‘디지털 사이드뷰 모니터’를 장착한 ‘ES’ 모델을 일본 내수 전용으로 출시한 바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현재 국내 도입 계획은 없지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조만간 미러리스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일반 유리와 카메라가 혼합된 형태의 사이드미러를 넣은 신차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 그랜저, 팰리세이드, 기아차 K5, K7, K9 등이 대표적이다. 또 ‘프로페시’ ‘비전T’ 등 사이드미러가 없는 형태의 콘셉트카를 여러 차례 선보여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45 EV' 콘셉트를 기반으로 준비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미러리스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제조사들이 미러리스 카를 앞다퉈 선보이는 이유는 사이드미러가 있던 공간을 활용해 디자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이드미러의 크기가 작아지면 공기 저항도 최대 2∼7%가량 줄어 사이드미러에서 발생했던 풍절음 등 외부 소음을 줄일 수 있고, 연비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드미러는 디자인 측면은 물론 공학적으로도 거추장스러운 부분"이라며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바꾸면 차량의 공기저항이 낮아지고, 연비도 높아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방식과 달리 실내에서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만큼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의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러리스 카는 장점도 많지만, 전기부품 증가로 고장 확률이 늘어나는 단점도 있다"며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의 안전성과 내구성 확보가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