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삼가는 이른바 '집콕족'이 늘면서 제과업계가 소리 없이 웃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불황기에 상당수의 제조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과자들의 매출이 부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관련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속 '때아닌 호황'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83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5% 증가했다. 매출은 12.6% 오른 1조54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5.4%, 영업이익이 19.6%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집콕'으로 과자 소비가 늘었고, 온라인 채널의 매출도 증가했다고 오리온은 밝혔다.
롯데제과 역시 상반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5%로 지난해 상반기 3.52%보다 약 1.5%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익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57억4116만원으로, 50.75% 증가했다. 매출액은 5322억680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7%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357억4116만원으로 50.76% 증가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해태제과식품과 크라운제과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해태제과식품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214억631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낵과 간편식 소비가 늘어난 점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8월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과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지난 8월 과자 카테고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율이 4.1% 신장했고, 전월 대비로는 16% 급등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자는 카테고리가 워낙 커 1~2%만 증가해도 매출이 꽤 늘어난 것인데 전월 대비 16%나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수치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신제품
과자 소비가 증가하자, 제과 업계는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효자 상품을 재정비하고 신제품을 내놓는 등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15일 오예스에 콜드브루 원액을 넣은 '오예스콜드브루'를 출시했다. 제품은 파이 반죽에 커피 원액을 혼합해 촉촉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콜드브루 원액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가 공급한다.
같은 날 오리온은 '꼬북칩초코츄러스맛'을 선보였다. 꼬북칩초코츄러스맛은 네 겹의 칩에 스며든 초콜릿으로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오리온은 초콜릿을 얇고 고르게 바를 수 있는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오리온은 또 지난 16일 기존 ‘미쯔’의 용량을 대폭 늘리고, 우유와 함께 즐기는 컨셉트를 강조한 온라인 판매 전용 ‘미쯔 대용량 팩’도 출시했다. 제품은 기존 미쯔 대비 8배 이상 큰 용량으로, 우유와 함께 식사 대용으로 충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봉 후에도 장기간 바삭하고 신선하게 제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미세 후크 기술도 적용했다.
롯데제과는 이달 초 감자칩 '에어 베이크드포테이토사워크림어니언맛'을 선보였다. 제품은 기존 에어 베이크드에 양파맛과 신맛이 나는 사워크림소스를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롯데제과는 에어 베이크드를 국내 스낵 1위 꼬깔콘 못지않은 메가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내세워 일명 '제니 과자'로 불리는 에어 베이크드는 지난 6월 출시한 이후 8월까지 약 3개월 만에 45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바삭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 덕에 맥주 안주로 잘 어울린다고 입소문이 난 점이 판매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롯데제과는 맥주 안주를 표방하는 과자도 내놨다. 인기 크래커의 대표 브랜드인 ‘제크’에 치즈 풍미와 짭조름한 맛을 더한 ‘제크 찐 치즈칩’이 그 주인공이다. 맥주 안주로 손색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제과는 앞으로도 맥주에 어울릴만한 안주 과자를 개발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콕 생활이 늘면서 어른들은 술안주로, 아이들은 간식으로 과자를 많이 찾고 있다"며 "이에 업계는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등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려는 모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