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트럭' 혹은 '짐차'로 평가절하되며 고급스럽지 않고 투박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차박 등 캠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픽업트럭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가 독식하던 시장에 한국GM이 지난해 9월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를 들여온 것도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콜로라도의 올해(1~8월) 판매량은 3272대로 한 달 평균 400~500대를 기록 중이다.
한국GM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콜로라도의 부분변경 모델 '리얼 뉴 콜로라도'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간 한국 시장의 반응에 귀 기울여 고급 트림 'Z71-X'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는 등 맞춤식 변화가 눈에 띈다. 새로운 변화에 더해 과연 충분한 오프로드 주행 능력까지 갖추고 있을까.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 오성산에 마련된 오프로드 구간에서 콜로라도 Z71-X를 만나봤다.
시승 코스는 진흙 길과 물웅덩이, 가파른 경사로 등으로 구성됐다. 흡사 미국의 황무지를 연상케 했다. 어지간한 도심형 SUV로는 코스 진입조차 힘들 정도로 주행 난도가 상당했다.
먼저 왼쪽으로 30도 기울여진 도로를 통과하는 사면로 코스를 체험했다. 전장 5395㎜, 전폭 1885㎜, 전고 1795㎜, 휠베이스 3258㎜로 대형 SUV인 쉐보레 트래버스보다 더 큰 콜로라도는 큰 덩치에도 기울어진 흙길을 낮은 무게중심으로 안정감 있게 통과했다. 두 바퀴가 공중으로 들리는 와중에도 안정적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바위로 이뤄진 울퉁불퉁한 길도 덜컹거리긴 했지만 웬만한 과속방지턱보다 부드럽게 넘어갔다. 타이어가 펑크날 걱정도 없다. 이 차에는 일반 타이어보다 돌과 바위에 강한 ‘올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됐다.
흙길과 진흙 길, 그간 내린 비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들도 새롭게 선보인 사륜구동 시스템을 이용해, 쉼 없이 주파했다. 콜로라도의 도강 능력은 80㎝로, 어지간한 물웅덩이는 무리 없이 건널 수 있었다.
무게 1.8톤(t), 길이 6m의 오프로드 전용 트레일러를 달고 산길을 달려보기도 했는데 약간 무게가 느껴졌지만, 코너를 돌 때나 내리막 등에서도 안정적이었다. 한국GM에 따르면 콜로라도의 견인 능력은 3.2톤에 달한다. 여기에 3.6L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 토크 38㎏·m의 힘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경사각 35도의 언덕길도 문제없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먼저 실내 인테리어가 투박하기 그지없다. 좋게 표현하면 심플하다. 실내 곳곳에 사용한 저렴한 소재도 눈에 거슬린다. 또 최근 출시되는 세단에서 볼 수 있던 기본 옵션들도 대부분 빠져있다. 시동 버튼이 대표적이다. 예전 방식대로 키를 꼽아 시동을 켜야 한다.
차가 운전에 개입하는 정도도 소극적이다. 요즘은 소형차에도 반자율주행 수준의 주행보조 기능이 보편화했는데, 고가 차량인 콜로라도에 위험을 '경고(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등)'만 해준다.
리얼 뉴 콜로라도의 가격은 383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날 시승한 Z71-X 트림은 449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