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비대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인테리어∙가전 업계가 본격적으로 노를 저을 준비를 시작했다. 특별한 서비스나 콘셉트로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국내 1위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가 가전제품을 미리 집 안에 배치해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서비스를 마련하는가 하면, 인테리어 업계 강자로 올라선 한샘은 집을 카페나 오피스·트레이닝 룸 등 다양한 환경으로 꾸밀 수 있는 리모델링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AR 서비스 제공하는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앱에서 '163cm 삼성 UHD TV'을 누르자 낯선 버튼이 떠올랐다. '실제 공간에 배치할 수 있어요! AR 보기'라는 깜빡이는 커서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자주 보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졌다. TV를 배치하고 싶은 곳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자 이내 실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UHD TV가 해당 공간에 떠올랐다. 스마트폰을 들고 주변을 걸으면 각도에 따라 측면과 뒷면, 윗면 등의 다양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이즈 측정 기능이 편리했다. AR 보기 안에 '길이측정' 기능이 있어서 가상의 줄자로 제품이 놓인 공간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매장을 찾아가 줄자를 직접 가져다 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또 제품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고를 수도 있었다.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보는 AR 보기 서비스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조잡스럽지 않았을뿐더러, 요즘 시대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고 싶지 않은 이들이라면 꽤 유용한 서비스로 보였다.
하이마트가 선보인 AR 보기는 가상으로 구현한 가전제품 이미지를 현실 배경에 결합해 가전제품을 배치한 모습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가전제품 실제 규격을 측정해 3D로 구현한 가상 이미지를 360도 회전하며 살펴볼 수 있다. 화면을 터치해 간편하게 제품을 배치·이동·확대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미리 배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AR 가상 배치 체험 서비스를 도입해 온라인의 최대 약점인 실물을 볼 수 없다는 점도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모바일 생방송 프로그램인 라이브커머스 '하트라이브'를 선보였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커머스(상거래)'의 합성어다. 기존 TV 홈쇼핑과 유사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라이브커머스는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질문에 답변해준다. 하이마트의 하트라이브는 론칭 약 3개월 만에 매출액은 누적 10억원을 넘어섰고, 누적 시청자 수는 12만명을 달성했다. 시청자 연령층 중 71%가 20·30세대였고 40·50세대가 뒤를 이었다. 이어 7월에는 가전제품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트 플랫폼 비디오커머스 전용관 '하트ON TV'를 론칭해 고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노력한 만큼 실적도 준수하다.
DB금융투자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하이마트가 3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매수' 의견을 냈다. 하이마트는 여름 장마가 길어진 영향으로 3분기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20% 줄어들어 실적에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다른 생활가전 매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또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부문 비중을 늘리고 물류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온라인 가전제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을 쓰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마트가 부진한 점포 구조조정으로 임차료와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고 있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하이마트는 2020년 매출 4조29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0.1%, 영업이익은 36.8% 증가한 수치다.
홈택트 화두 던지고 '올인' 하는 한샘
한샘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집을 리모델링하는 서비스인 '리하우스'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올가을부터는 기존 집을 단순히 예쁘고 새것으로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방식으로 집 자체를 바꾸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른바 '홈택트 라이프'가 그것이다.
홈택트는 집을 뜻하는 '홈'과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의 영어식 조합으로 모든 것이 집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집이 휴식뿐만 아니라 일, 수업, 취미생활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는 것이 한샘의 설명이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게 되면서 집을 홈카페로 꾸민다거나 집에서 운동을 하는 수요가 늘면서 홈 트레이닝 룸을 만드는 식이다. 한샘은 또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홈오피스'도 홈택트의 한 축에 세웠다.
한샘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스마트홈의 발전, 재택근무 확대 등 사회 변화에 맞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역할"이라며 "최근 급속도로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집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콘텐트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한샘은 올 시즌 내내 선전 중이다.
KB증권은 한샘의 올해 3분기 매출로 4897억원,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당초 예상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간 거래(B2B) 매출은 부진하지만, 온·오프라인 인테리어 채널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리하우스 서비스 실적이 굳건하다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기조 강화로 한샘이 진입 가능한 리모델링 시장이 기존 대비 20~30%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하반기 이후 주택거래량의 축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권할 수 있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한샘은 리하우스 향후 대량 시공을 위해 품질보증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량시공이 순조롭게 가능해질 경우 빠른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