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는 지난 3일 열린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8회 말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앞서 지난달 26일 양의지, 30일 나성범이 차례로 세 자릿수 타점을 넘겼던 NC는 이로써 시즌 100타점 타자를 3명이나 보유하게 됐다. 한 구단에서 시즌 100타점 타자가 3명 배출된 건 프로야구 39년 역사상 네 번째다.
앞선 세 번의 사례 중 두 번이 NC였다. NC는 2015년 에릭 테임즈(140타점), 나성범(135타점), 이호준(110타점)이 KBO리그 사상 첫 '100타점 트리오'를 결성했다. 같은 해 삼성이 동일 기록(야마이코 나바로·최형우·박석민)을 세웠지만, NC의 기록 달성이 더 빨랐다.
NC는 이듬해에도 테임즈(121타점), 나성범(113타점), 박석민(104타점)이 대기록을 합작했다. NC는 타선의 힘을 앞세워 2015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2017년 이후 100타점을 기록한 NC 타자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3년 동안 시즌 100타점을 달성한 NC 선수는 2017년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가 유일하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단 한 명도 세 자릿수 타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박석민(74타점)이 팀 내 1위였다. 국내 타자의 부진과 부상, 외국인 타자 영입 실패가 맞물리면서 기록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 4년 만에 '100타점 트리오'를 만들어내면서 NC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3명 중 가장 빠르게 100타점을 넘긴 양의지의 포지션은 포수이다. 포수가 시즌 100타점을 달성한 건 2010년 조인성(당시 LG·107타점), 2015년 이재원(SK·100타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는 대체로 공격보다 수비 비중이 크다. 풀타임을 소화하기 쉽지 않아 누적 기록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4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을 앞세워 타점을 꾸준히 쌓았다. 두산에서 뛰었던 2015년 기록한 개인 최다 93타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역대 포수 시즌 최다 타점인 2010년 조인성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나성범은 무릎 부상 복귀 첫 시즌에 100타점을 넘겼다. 지난해 5월 3일 창원 KIA전에서 오른 무릎을 심하게 다친 그는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리며 긴 재활훈련의 터널을 거쳤다. 복귀를 앞두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물음표가 많았다. 무릎은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민감할 수 있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나성범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때려내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시즌 30홈런은 멜 로하스 주니어(KT)와 로베르토 라모스(LG)에 이어 세 번째이자 국내 타자 중에선 가장 빠른 페이스였다.
그는 "2014~16년 기록 달성 후 오랜만에 100타점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은 100타점을 달성하지 못했고 작년에는 부상으로 빠졌다. 그래서 올 시즌은 부상 없이 잘 치르고 싶었다"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기록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오랜만의 기록이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1년 전 악몽을 잊게 해줬다. NC는 지난해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제이크 스몰린스키로 시즌을 치렀지만, 외국인 타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두 선수의 합산 타점이 71개에 불과했다.
알테어는 KBO리그 첫 시즌부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지만, 하위 타순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자신을 스스로 "8테어"라고 부를 정도로 주로 8번 타순에 배치돼 상위 타선에 찬스를 연결하고 있다. NC는 중심 타선에서 양의지와 나성범이 버티고 하위 타선에서 알테어가 들어가니 피해갈 타순이 없다.
이동욱 NC 감독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타자가 많은 건 팀에 큰 도움이 된다. 홈런도 20개 이상 치는 타자가 3명 포진돼 있다. 아무래도 장타로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며 "중심 타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클러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