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부진을 뒤로하고 9월 이후 전경기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NC 김진성. 사진은 지난 1일 SK전 등판해 역투하고 있는 김진성의 모습. NC 제공 올 시즌을 앞두고 오른손 투수 김진성(35)의 NC의 골칫덩이였다.
연봉 미계약 상태로 미국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진통 끝에 2019시즌 대비 4000만원 삭감된 1억6000만원에 사인을 마쳤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 불만을 가져 사상 초유의 '스프링캠프 조기 귀국'을 선택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력 외로 분류돼 5월 5일 개막전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그가 1군에 처음 등록된 건 개막 후 한 달 정도가 지난 6월 7일이었다.
1군에 올라온 뒤에는 '부진' 꼬리표가 붙었다. 8월까지 등판한 19경기 평균자책점이 5.21(19이닝 11자책점)로 높았다. 스프링캠프를 원활하게 소화하지 못한 영향이 꽤 커 보였다. 9이닝당 피안타가 12.79개. 피안타율도 0.321로 좋지 않았다. 이닝당 투구수까지 17.9개로 많았다. 깔끔하게 이닝을 막아내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9월 이후 확 달라졌다. 김진성은 9월 이후 소화한 18경기 평균자책점이 제로다. 18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9이닝당 피안타가 불과 2.5개, 피안타율은 0.089로 확 낮췄다. 이 기간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0'이다. 승계받은 주자 11명의 득점까지 모두 막아냈다. 시즌 초반 보였던 부진을 고려하면 180도 다른 투수가 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4일 창원 삼성전에 앞서 김진성에 대해 "시즌 초반에는 패스트볼 구속이 잘 안 올라왔다. 구속이 좋아지니까 자신감을 가졌다"며 "직구가 사니까 스플리터(포크볼)도 같이 살아나더라. 직구에 자신감이 있으니 같이 나아진 느낌이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진성은 한 타자만 상대한 4일 삼성전 투구수가 6개였다. 직구가 2개, 포크볼이 4개. 단조로울 수 있는 투구 패턴이지만 강민호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타자를 압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까지 찍혔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이젠 거의 안 던진다"고 했다. 직구, 포크볼에 슬라이더를 간간히 섞은 김진성은 서클 체인지업으로 구종의 다양화를 노렸지만 뜻을 접었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변화를 반기는 건 누구보다 이동욱 감독이다. 그는 "중간 투수는 구종이 많은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진성의 반등으로 NC 불펜은 날개를 달았다. 김진성과 함께 임창민까지 구위를 회복하면서 승부처에 낼 수 있는 필승조 카드가 확 늘었다. 김진성과 임창민은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고 트레이드 영입한 문경찬까지 세이브 투수 출신이다. 기존 마무리 투수 원종현까지 더하면 최소 4명의 전·현직 마무리 투수가 불펜을 지키는 셈이다.
NC는 9월 이후 불펜 평균자책점이 3.07로 리그 1위다. 그 중심에는 바닥을 치고 올라온 김진성이 있다. 공룡군단의 불펜이 한층 탄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