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1차전이 지난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A대표팀의 우세가 전망됐지만, 결과는 2-2 무승부. 형들은 큰 코를 다쳤고, 아우들은 당당하게 대적했다.
두 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 없이 K리거들로만 꾸려졌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가장 돋보였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선수가 대표팀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것이다.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는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이 중심을 잡았다. 울산은 현재 K리그1(1부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벤투 감독은 무려 9명의 울산 선수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벤투 감독은 "좋은 선수를 뽑다 보니 울산 선수들이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이 K리그1 대세 구단이라는 것이 벤투호를 통해 입증됐다. 이청용(32)·홍철(30)·정승현(26)·원두재(23)·김태환(31)·윤빛가람(30)·이동경(23)·김인성(31)·조현우(2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이청용과 홍철은 부상을 입어 대표팀 발탁 뒤 제외됐다. 조현우·김태환·이동경·원두재가 1차전 선발로 나섰고, 윤빛가람과 김인성이 후반 교체 투입됐다. 7명 중 6명이 그라운드를 밟으며 벤투호를 이끌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원두재였다. 그는 올 시즌 20경기에 출전하며 울산을 이끌었다. 중원에서 넓은 시야와 조율 능력을 보여 '제2의 기성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센터백도 가능한 자원이다. A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원두재는 한 경기 만에 벤투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벤투 감독은 "훌륭한 선수다. 전반전에는 정말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후반에는 기복을 보였다. 동점골을 내주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이후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고 말했다.
원두재는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전반전에는 생각한 대로 경기를 한 것 같다. 후반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아쉽다. 처음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어 뿌듯하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동준(23·부산 아이파크)도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김지현(24·강원 FC)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고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림픽대표팀은 젊은 팀 대구 FC가 대세였다. 김대원(23)·정승원(23)·정태욱(23)·김재우(22) 등 4명이 발탁됐다. 정태욱은 주장으로 활약했다. 1차전이 끝난 후 정태욱은 "전반에 형들의 빠른 전환 속도에 대응이 부족했다. 후반전에는 잘 풀렸다. 더 저지하려고 했고, 수월한 경기를 했다. 내용이 아쉽다. 무엇이 잘 안 되었는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규(21·포항 스틸러스)의 폭발력은 대표팀에서도 통했다. 올 시즌 10골을 넣으며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송민규는 'K리그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다. 뛰어난 순간 속도와 공간 창출 능력, 연계 플레이까지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드리블과 슈팅까지 갖추고 있다.
송민규는 김학범호에 처음 부름을 받아 단번에 '에이스'로 떠올랐다. 송민규는 후반 5분 문전에서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왼발 슈팅으로 꽂아 넣었다. '송민규 다운' 골이었다. 그는 "드리블 길이 다 보였다. 수비가 어떻게 나오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학범(60) 감독도 "송민규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갈수록 호흡도 잘 맞을 거라 생각을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송민규와 함께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엄원상(21·광주 FC)과 '제2의 김신욱'이라 불리는 오세훈(21·상주 상무) 등도 김학범호에 힘을 보탰다. A대표팀 수비수 이주용(28·전북 현대)은 "엄원상과 오세훈이 들어오니 수비하기에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