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앞에서 아우 실력 좀 보여줘야죠.”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23세 이하) 공격수 김대원(23·대구FC)의 각오는 당찼다. 인터뷰를 쑥스러워하던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올 시즌 K리그1(1부) 풀타임 주전 2년 차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태극마크를 달고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국제경기가 어렵자 대한축구협회는 김학범(60) 감독의 올림픽팀과 파울루벤투(51·포르투갈) 감독의 대표팀(A팀) 간 두 차례 평가전을 마련했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 결과는 2-2 무승부였다.
1차전은 김대원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올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호주와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우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그는 벤치로 밀렸다. 그의 자리인 왼쪽 공격수로는 송민규(21·포항 스틸러스)가 선발 출전했다. 올림픽팀에 처음 합류한 송민규는 후반 6분 데뷔골을 터뜨렸다. 김대원은 후반 14분에야 송민규와 교체 투입됐다. 3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김대원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평가전 2차전에서 실력 발휘를 벼르고 있다. 이번 올림픽팀 소집 전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김대원은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김대원의 전매 특허는 폭발적인 스피드다. 대구 팬들은 작은 키(1m71㎝)에도 상대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그를 수퍼 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 빗대 ‘대구 메시’로 부른다. 그는 대구 역습 축구의 중심이다. 김대원이 측면을 휘젓고, 세징야, 데얀, 에드가 등 외국인 선수가 중앙에서 득점 기회를 만든다. 그는 올 시즌 대구가 2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3골·4도움(24경기)을 기록 중이다. 김대원은 “작은 키를 약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키 큰 선수가 할 수 없는 빠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원이 빠르기만 한 건 아니다. 바둑에서 수를 읽듯 상대 움직임을 읽고 대처한다. 실제로 김대원은 어린 시절 프로기사를 꿈꿨다. 6세 때 바둑을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바둑 아카데미를 다녔다. 아마 3단(한국기원)이다. 요즘도 두는 인터넷 바둑에선 5단으로 통한다. 아마추어 초고수급 실력이다. 보인고(서울) 재학 중이던 김대원을 직접 스카우트한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앞을 내다보고 플레이한다. 축구 지능이 좋다”고 평가했다. 김대원은 “수비수와 맞붙기 직전, 찰나의 순간에 상대 움직임을 보며 한두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린다. 바둑으로 따지면 수를 읽는 건데, 순간적으로 길이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전인 만큼 2차전 선발은 1차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김대원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총동원해 골을 넣겠다. 경쟁은 두렵지 않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