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통증을 참고 버티다 병원을 찾은 조 모(여, 65) 씨는 관절염 말기 진단을 받았다. 치료 방법은 인공관절 수술 밖 없었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40년 넘게 운영하는 식당 문을 오랫동안 닫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수술을 미루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에 회복이 빠르다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조 씨는 “13일 만에 무릎 각도가 125도까지 구부러졌다. 이렇게 회복이 빠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로봇이 무릎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깎아야 하는 부위를 최소화해 출혈량을 줄이고 회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늘어…최대 장점은 정확도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 말기 환자의 마지막 희망이다.
연골이 다 닳아 관절뼈끼리 달라붙어 주저앉는 관절염 말기가 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찾아오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또 걸음이 느려지고 계단 이용이 어려워지며, 무릎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이런 말기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추천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망가진 관절 대신 특수 금속막을 관절 겉면에 씌운 후 그 중간층에 특수 플라스틱을 넣어 물렁뼈 역할을 하도록 해 관절이 유연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회복 속도가 느리거나 인공관절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지지 않는 등 부작용도 있어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 후 회복 기간을 단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도이다. 최근 정확한 계산력을 더한 로봇 시스템이 접목되면서 환자의 회복 및 일상 복귀를 앞당기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컴퓨터로 계산한 수치에 따라 의사가 로봇 팔을 이용해 손상된 뼈만 정밀하게 깎아내고 그 외 주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줘 수술 후 통증을 줄여줘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
환자마다 관절의 해부학적 구조는 각양각색이어서 환자에게 가장 맞는 크기의 인공관절을 정확한 각도로 끼워 넣어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3D 입체영상과 컴퓨터 프로그램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고유의 무릎 모양에 맞는 뼈 절삭 범위,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 각도 등을 계산해 정확하게 깎고 삽입한다.
특히 마코 로봇의 햅틱 기술이 뼈 절삭의 정밀도를 더욱 높인다. 이는 사전에 계획된 범위 내에서만 절삭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로, 절삭이 시작될 때 수술 부위 주위에 가상의 경계면인 ‘햅틱 존’을 형성한다. 로봇 팔이 절삭 도중 경계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햅틱 존을 벗어나려 하면 이를 빠르게 감지해 저절로 작동을 멈춘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장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 무릎의 구조와 주변 연부조직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뼈를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기 때문에 통증이 줄일 수 있어 수술 후 회복시간을 단축하고 관절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 병원장은 “현재 힘찬병원에서는 전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약 50%를 로봇으로 진행할 만큼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고도 했다.
수술 중 출혈량 줄어…합병증 줄고 회복시간 단축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출혈량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의 중요한 단계인 다리 축을 바르게 맞추는 과정에서 출혈을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다리의 축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 골수강 내에 길게 구멍을 내고 절삭 가이드를 삽입해서 각도를 맞추게 된다. 이때 불가피하게 출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코 로봇은 환자의 다리 축 정렬을 위해 수술 전에 CT를 촬영하고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확하게 수치화해 수술 계획을 세운다. 또 수술 시 의사가 직접 환자의 무릎을 구부리고 펴보면서 다리의 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3D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처럼 뼈에 구멍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출혈량을 줄일 수 있다.
최문기 부평힘찬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을 활용할 경우 환자 상태 등 경우에 따라 무수혈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출혈량을 줄일 수 있다”며 “적은 출혈은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시간을 단축해 재활 시기와 퇴원 시기를 앞당겨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더 본 앤드 조인트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후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하지직거상) 및 퇴원까지 걸리는 시간이 일반 수술 대비 각각 11시간, 28시간 정도 앞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부담스러운 점은 비용이다. 재료대가 인정 비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 수술 대비 평균적으로 150만~2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