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양현종이 KIA(해태 포함) 역대 최다승 2위(146승)였던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양현종의 다음 목표는 이강철 KT 감독이 기록한 150승이다. [연합뉴스]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2)이 7전 8기 끝에 숙원을 풀었다. 13일 NC 다이노스 원정 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시즌 10승(8패) 고지를 밟았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했다.
양현종에 앞서 이 기록에 도달한 투수는 네 명뿐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10년), 정민철 한화 단장,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상 8년), 두산 유희관(7년)이다. 양현종이 역대 다섯 번째로, 현역 선수로는 세 번째로 이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16승, 15년 15승, 16년 10승을 기록했고, 17년에는 데뷔 후 처음 20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로도 18년 13승, 19년 16승을 기록했고, 올해는 10승을 달성했다.
지독한 아홉수를 겪어 10승이 더욱 극적이었다. 양현종은 8월 28일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9승을 올렸다. 고지가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이후 7차례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지난달 4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패 없이 물러났다. 2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6이닝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27일 롯데전(7과 3분의 1이닝 1실점)도 마찬가지. 7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에 머물렀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조차 “양현종이 잘 던지고 있는데 운이 너무 따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NC전에서 마침내 불운을 떨쳐냈다. 난타전 속에서 위기도 맞았지만, 결국 승리했다. 10승과 동시에 또 다른 이정표도 세웠다. 개인 통산 146승을 올려 구단(전신 해태 포함) 최다승 2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 다른 146승의 주인공은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다. 선 전 감독은 1985~95년 해태에서 146승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한 대투수다.
2007년 데뷔한 양현종은 2009년 12승과 10년 16승을 더해 선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양현종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떠난 KBO리그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왼손 투수다.
양현종에게는 확고한 다음 목표가 있다. 이강철 감독이 남긴 KIA(해태 포함)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1989~98년) 기록 보유자인 이 감독은 해태와 KIA에서 150승을 올렸다. 양현종은 “은퇴 전에 이 감독님 기록을 꼭 넘어서는 게 내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4승만 더하면 이 감독 통산 승수에 도달한다.
그러나 언제 이를 다 채울지는 미지수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동갑내기 김광현처럼, 더 늦기 전에 오랜 꿈인 빅리그 진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그래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KIA에서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또 다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