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020시즌 수많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 6월 KBO리그 역사상 최다 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썼다. 1985년 삼미의 기록을 35년 만에 불러들였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한용덕 감독이 갈등했고, 코치 없이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한용덕 전 감독이 팀을 떠나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상처는 차차 아물고 있다. 그리고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꼴찌를 확정한 줄 알았던 한화는 마지막까지 SK와 싸우고 있다. 기죽었던 젊은 선수들의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밝아졌다.
한화의 10월 선전을 리드하는 건 주전 포수 최재훈(35)이다. 그는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6경기 타율 0.500(16타수 8안타, 3타점)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포수로서 한화 투수들은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 기간 한화는 7경기(최재훈이 결장한 7일 더블헤더 포함 1차전 포함)에서 5승2패를 거뒀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한 경기라도 더 이기겠다"는 최재훈을 10월 첫째 주 주간 MVP로 선정했다.
- 최근 맹타 비결은. "시즌 초 타격이 잘 안 되면서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콘택트가 안 되니 이른 카운트에서 쳤다. 볼에 배트가 나가면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지난해 좋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공을 최대한 많이 보고, 밀어쳐야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 그래서 좋았던 감각을 떠올리며 조금씩 보완했다."
- 규정타석 진입은 어렵지만 3할 타율(14일 현재 0.293) 달성은 가능해 보인다. "2년 연속 규정타석 진입을 노렸지만 아쉽게 됐다. 3할 타율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팀 승리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안타도 칠 수 있는 만큼 치고, 무엇보다 출루를 많이 해서 팀이 한 경기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 부상과 체력적 부담 속에서 안방을 지켰다. "올 시즌 우리 팀에는 부상자가 많았고, 부진한 선수들도 있었다. 베스트 라인업으로 치른 경기가 몇 경기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까지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조금 아픈 건 참고 뛰었다. 내가 부상 때문에 나가지 못할 땐 너무 미안했다. 포수는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내가 아프면 팀이 침체할 것 같아서 끝까지 버티자고 생각했다."
- 올해 젊은 투수들 등판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이 잘해줘 고마운 마음이 크다. 나보다는 베테랑 투수들의 모습을 보며 잘 배우는 것 같다. 젊은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면 신경을 더 많이 쓴다. 한화 이글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언하고, 칭찬한다. 투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승부를 피하면 안 된다. 피하면 습관이 된다. 맞아 봐야 자신의 공을 알 수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공 배합을 신경 쓰고 있다."
- 한화에서 4년째 뛰고 있다. "두산에서는 상위권 팀 백업 포수여서, 주도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한화에서 주전을 맡으며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어느덧 나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연차가 됐다. 야구장에서, 또 야구 외적으로도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가 됐다. 후배들에게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 더그아웃 분위기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모든 패배가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패를 끊고 이기는 경기가 늘어나자 분위기도 달라졌다. 리드하는 경기는 놓치지 않으려 하고, 지고 있어도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 젊은 선수들은 2군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절박해진 것 같다. 고참들은 방심하면 내 자리가 없어진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 남은 시즌 목표와 내년 목표는 "올 시즌 팬 여러분의 실망이 컸을 것이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침체하지 않는 팀, 점점 성장하는 팀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팬들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되면 좋겠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과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프로 선수에게는 꾸준함이 최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