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셋업맨안우진(21)이 두산 김재환에게 던진 5구째 구속이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 숫자는 광속구 투수의 상징. 안우진은 앞서 던진 공 4개도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다. 상대 4번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승부 결과는 안우진의 판정패였다. 시속 160㎞ 포심 패스트볼은 볼로 선언됐고,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도 바깥쪽(좌타자)으로 살짝 빠졌다. 키움이 5-3, 2점 앞선 상황이었다. 위기가 왔다. 그러나 안우진은 후속 오재일은 중견수 뜬공, 2사 뒤 상대한 박건우는 삼진 처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키움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3연투하며 휴식을 부여받은 상황이었다. 안우진이 대체 클로저로 나서 임무를 완수했다. 세이브를 챙겼다. 4연승을 이끌었다.
안우진은 김재환을 힘으로 제압하고 싶었다. 17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내가 잘 던지는 공으로 붙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전날(16일) 경기 7회 승부에서 김재환에게 구사한 슬라이더가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재대결은 직구 승부, 전력투구를 다짐했고 실천에 옮겼다.
결과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우진은 "(바깥쪽으로 빠진 6구는) 내가 원하는 위치에 던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관중 입장 뒤 다소 어수선했던 경기 집중력을 다잡고 투구한 점도 높이 자평했다. 그는 "박병호 선배님께서 어제(17일) 오전에 '타자랑 싸워야 한다'는 조언을 주셨다. 당일 경기에서 전광판도 보지 않고 승부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부터 강속구로 주목받은 투수다. 시속 160㎞ 직구를 뿌리며 다시 한번 정체성이 재확인됐다. 올 시즌 평균 구속은 시속 152.3㎞(스탯티즈 기준). 2019시즌은 147㎞였다.
그러나 선수는 구속 욕심이 없다. 구속 증가도 비시즌 웨이트트레이닝 효과가 있었고, 평소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매진한 결과로 본다. 여느 투수처럼 제구력을 더 많이 신경 쓴다. 그는 "내가 원하는 로케이션에 던지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시속 150㎞대 공을 던져도 가운데로 몰리면 타자에게 맞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