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1일 "2021년 신인 지명 11명과 계약을 완료했다"라고 발표했다. 1차지명 포수 손성빈(장안고)과 1억 5000만원,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1라운드) 투수 김진욱(강릉고)와 3억 7000만원에 사인했다. 1차지명 손성빈보다 김진욱의 계약금이 더 높은 건 이미 예상됐다. 김진욱이 아마추어 시절 타지역으로 전학해 1차 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됐을 뿐, 현재 고교 투수 최고 유망주로 손꼽힐 만큼 좋은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롯데의 모험도 통했다.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과 5억 원의 계약을 발표했다. 나승엽은 각 구단의 1차지명 직전에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타 구단에서 자신을 뽑아 지명권을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초 나승엽을 유력한 1차지명 후보로 점찍었던 롯데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방향을 선회해 손성빈을 뽑았다.
하지만 롯데는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첫 번째 지명권을 김진욱에게 행사한 뒤, 두 번째(2라운드)로 나승엽의 이름을 호명했다. 당시 롯데는 "지명권을 잃게 되더라도 나승엽을 2라운드에 지명하는 건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나승엽을 포함해 손성빈, 김진욱과 모두 계약을 성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롯데 프런트는 나승엽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롯데는 1차지명급 선수만 3명이나 확보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나승엽과 그의 부모님을 만나 '조건보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메시지를 통해 설득했다"라고 귀띔했다. 나승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무대 진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올 시즌 구단 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내년부터 마이너리그 선수단 규모나 신규 선수 계약 자체를 줄이려는 분위기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나승엽을 설득하는 데 있어 "신인 3명(나승엽·김진욱·손성빈)이 롯데에 입단해 팀을 한 번 바꾸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육성이 진짜 중요한 이유다. 롯데는 올 시즌 한동희(2018 1차, 타율 0.269·15홈런·63타점)와 서준원(2019 1차, 7승 6패 평균자책점 5.26)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이승헌(2018 2차 1라운드, 3승 1패 ERA 3.86)과 최준용(2020 1차, 7홀드 ERA 5.20)이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에 앞선 몇 년 동안 신인 육성에선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고 지역 팜이 좋고, 상위 라운드에 뽑은 선수를 주축 선수로 육성하지 못한 편이었다. 한때 해외 무대 진출을 노렸던 2017 1차지명 투수 윤성빈에게 단기 연수를 보내는 등 공을 들였지만 1군 성적표는 초라하다. 2017 롯데 2차 1라운드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은 대형 포수로 관심을 모았지만, 투수로 전향했다.
최근 들어 각 구단은 신인에게 많은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관리를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지난해 최하위로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 지명권을 쥔 롯데는 이번에 신인 선발 운이 좋았다. 덕분에 즉시 전력감으로 손꼽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대거 뽑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험으로 여겨진 나승엽의 마음을 붙잡아 대성공을 이뤘다. 앞으로 구단과 현장에서 로드맵을 갖고, 1군 주축 선수로 성장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