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로 전향하고 6번째 시즌, LG 이형종(31)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장타자 변신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뤘다.
이형종은 올 시즌 77경기에서 타율 0.301, 17홈런, 4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홈런 증가다. 2018년과 2019년에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13개를 이미 훌쩍 넘겼다.
기록을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발전이다. 이형종은 2018년 13홈런으로 데뷔 후 처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공인구 반발력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같은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 수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일찌감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돌파했다.
이형종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485타석·482타석에서 13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에는 304타석에서 17홈런을 기록 중이다. 타석이 적어졌지만, 홈런은 늘어났다.
이형종의 타수당 홈런(0.06개)은 양의지·나성범(이상 NC) 김재환(두산) 등 국내 거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팀 내에선 리그 공동 1위 로베르토 라모스(0.0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는 "올 시즌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고, 비거리도 증가한 것 같다. 시즌 끝까지 (이 감각을)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월 1일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손등 골절상을 당했다. 개막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 합류했다. 부상만 없었더라면 홈런은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이라는 별명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형종은 2008년 LG 1차 지명 입단 당시 촉망받는 투수 유망주였다. 1군 경기에 두 번 마운드에 선 뒤 은퇴한 그는, 2015년 타자로 전향해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017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한 이형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목표로 "20홈런"을 내세웠다. 이형종은 "지난해 홈런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는데, 좀 더 잘하고 싶다. 20개는 쳐야 장타자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끊임없는 고민 속에 몇 가지 변화를 선택하고, 꾸준히 노력했다. 이동발(왼발)을 높이 올렸다가 내디디며 체중을 이동하는 레그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하체 강화에 힘썼다. 관절 가동 범위를 넓히는 모빌리티 운동도 했다.
배트를 잡는 그립도 바꿨다. 종전에는 배트 노브를 밑에 받쳐서 쳤다면, 부상 복귀 후에는 노브에 새끼손가락을 걸어 스윙하고 있다. 이는 배트를 길게 잡고 휘두르는 것으로, 힘의 전달력이 좋아 타구를 멀리 보내는 데 유리하다. 또 이병규·임훈 타격 코치와 상의하며 스윙 궤적을 수정했다.
이형종이 장타자로 변신한 이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LG는 이형종을 비롯해 김현수·채은성·이천웅 등 외야 자원이 탄탄하다. 올 시즌엔 홍창기까지 가세해 리드오프를 꿰찼다. 주전급 외야수만 5명. 이형종은 부상자가 모두 복귀해 '외야 완전체'가 꾸려진 뒤 선발 명단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이때 장타력을 통해 다시 기회를 얻었다. 9월 27일 KT전부터 30일 롯데전까지 3경기에서 홈런 4개를 뽑아 존재감을 부각했다. 2위 싸움의 판도가 걸린 지난 20일 KT전에선 결승타를 포함해 3-0으로 앞선 5회 쐐기 솔로 홈런을 때리는 등 중요한 승부처에서 장타를 자주 쏘아 올렸다.
이형종은 "지난해까지는 특정한 기록을 목표로 밝히지 않았다. 올 시즌 전에는 '20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팀 내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봤다"라며 "LG에서 많은 홈런을 때리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LG는 잔여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0홈런 달성이 쉽지 않지만, 부상으로 빠진 기간을 고려하면 이형종의 목표는 거의 달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