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을 대신해 쏟아지던 박수 소리가 순식간에 멎었다. 후반 18분, 골대 안으로 공이 야속하게 굴러 들어간 순간 문수구장이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울산 현대가 안방에서 또 한 번, 전북 현대에 무릎을 꿇었다. 울산은 25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6라운드 전북과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데 이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패배. 전북전 3전 전패가 된 울산의 '우승 기상도'는 단숨에 흐림으로 변했다.
이날 패배로 울산은 16승6무4패(승점54)에 머무르며 공고히 지켜오던 1위 자리를 전북(18승3무5패·승점57)에 내줬다. 이날 경기서 울산이 이겼다면 다득점에서 크게 앞서있는 만큼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어설 수 있었으나 축구의 신은 비정했다. 두 팀의 승점 차는 3, 만약 최종전에서 울산이 이기고 전북이 패한다면 다득점에서 앞선 울산의 우승. 울산과 전북이 모두 이기거나 진다면 전북의 우승이다. 결과적으로 리그 최종 라운드인 27라운드 결과에 따라 올 시즌 우승팀이 결정되는 것이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생각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던 두 팀 선수들은 전반전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패스는 자주 끊어졌고 초조한 기색이 엿보였다. 세트피스를 중심으로 서로의 골문을 두들기면서도 득점 없이 0의 균형이 이어졌다. 전반 34분에는 울산에 위기도 찾아왔다. 김인성의 핸드볼로 전북이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지만 구스타보의 슈팅을 조현우가 선방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울산문수구장을 찾은 6973명의 관중들은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클래퍼를 두드리고 박수를 보냈다. 전반 종료 직전, 주니오의 패스를 받은 이청용이 완벽한 기회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크게 벗어났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후반 18분, 백패스 실수 하나가 문수구장을 침묵에 빠뜨렸다. 김기희의 머리에서 떨어진 공은 조현우 골키퍼의 앞으로 굴러갔다. 후반 8분 교체투입된 뒤 왼쪽 측면에서 기회를 노리던 바로우가 정확하게 이 공을 보고 달려들었다. 조현우가 달려 나와 막아 보려 했지만 바로우의 발끝에 살짝 스친 공은 그대로 울산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문수구장이 침묵하는 사이에 전광판의 스코어가 올라갔다. 0-1.
이 스코어는 경기 종료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실점 후 이청용과 신진호, 주니오를 차례로 빼고 이근호, 김태환, 그리고 이동경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닫힌 전북의 골문을 열기 위해 애썼다. 울산 팬들은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마지막까지 박수를 보냈으나 간절히 기다렸던 환호성을 지를 기회는 없었다.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조차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불운이 겹쳤다. 결국 동점골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상대전적 3전 전패. 이렇게 울산의 눈물과 함께 두 팀의 우승 레이스는 마지막 27라운드로 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