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한국 체육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폭력 등 체육계 부조리가 민낯을 드러냈다. 생활 체육도 멈춰섰다.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을 만나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3월 말부터 문을 닫았다. 도쿄올림픽이 미뤄진 데다, 집합 생활에 따른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낮아진 데 따라 다음 달 선수촌 일부를 개방한다. 그간 훈련 공백은 컸다. 또 대회가 거의 열리지 못해 입상 기록으로 입시를 치르는 학생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기흥 회장은 “선수들이 많이 지쳤다. 올림픽 기간에 맞춰 준비했는데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도자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회는 심리치료, 마인드 컨트롤, 선수 및 지도자 비대면 교육 및 훈련 지원 등으로 하나씩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IOC와 도쿄조직위는 올림픽 개최 의지가 강하다. 국제보건기구(WHO)와 협력해 최대한 안전하게 대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체육회가 역점 추진했던 생활체육 사업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체육 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사설 및 학교 체육 시설도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드물다. 여느 때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마땅치 않다.
이기흥 회장은 “수영 같은 종목은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있어 (시설 개장 등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집에서 대신할 수 있는 ‘집콕 운동’을 개발하고 보급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엘리트 체육은 물론, 생활 체육도 비대면 운동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체육을 강화하면 스포츠를 통해 공정, 배려, 소통 등 민주시민의 소양을 배울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활체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고질적이다. 사라졌나 싶으면 사건이 불거진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도 개혁 목소리도 높다. 체육회는 폭력 행위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이기흥 회장도 “엄벌백계에 동의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체육회는 우선 교육을 통한 개선에 힘을 쏟는 중이다.
이기흥 회장은 “전남 장흥에 짓는 체육인 교육센터가 2023년 완공된다. 모든 지도자가 최소한 5년에 한 번은 체육인으로서 기본소양을 교육받게 할 계획이다. 그간 ‘성적과 메달이 최고’라고 교육받았다. 교육을 통해 체육인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을 통해 여성 체육인이 좀 더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체육회 정관 개정으로 사임은 하지 않고 직무정지 상태로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2024 평창 유스올림픽 개최, 2032 올림픽 유치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수습하는 게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재선 도전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