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란타의 2020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차전은 3회 말 다저스의 2사 2·3루 공격에서 갈렸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윌 스미스가 애틀란타 투수 이안 앤더슨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0-2로 지고 있던 다저스는 동점을 만들었다.
스미스의 타구는 2루수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위치로 향했다. 그러나 좌편향 수비 시프트를 수행한 애틀란타 2루수 아지알비스는 유격수 위치에서 수비했다. 땅볼 아웃될 타구가 외야를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중견수도 정상 위치보다 좌중간 쪽으로 이동해 수비했다. 타구는 느렸고, 발이 빠른 편이 아닌 맥스 먼시까지 홈을 밟았다.
반격을 허용한 애틀란타는 6, 7회도 1점씩 내주며 다저스에 3-4로 패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탬파베이를 꺾고 32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만약 NLCS 7차전 3회 수비에서 애틀란타 2루수가 정상 위치에 있었다면 월드시리즈 매치업과 승자 모두 다른 팀이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애틀란타는 다저스의 우승을 보며 그 순간을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까.
전력 분석 영역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장비가 도입됐고, 전문 부서를 신설한다. 1990년 중후반까지는 코칭 스태프에 전달되는 (전력 분석) 페이퍼는 1~2장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4~5장으로 늘어나더라. 미국뿐 아니라 한국 야구도 그동안 '데이터 야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교한 분석 자료가 있다고, 선수의 기량이나 경기력 향상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발사각을 높여야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분석보다, 선수가 발사각을 높이는 스윙을 체득하고, 타격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 초속보다 종속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공 끝을 좋게 할 것인지는 데이터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경기 승부처나 시리즈 분수령처럼 중요한 상황에서는 데이터 활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리그에서 안타 생산 능력이 가장 좋고, 실책이 가장 적은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발탁된다. 그러나 그토록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범하거나 삼진으로 돌아선다. 반면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힘을 발휘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이승엽이나 김동주가 그랬다.
한 시즌을 치르며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수비 시트프를 가동할 것이다.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만 쫓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 누구의 책임인가. 수비를 옮긴 반대 방향으로 공이 향했으니, 그저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가볍게 여기는 게 맞을까.
데이터는 경기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야구는 결국 결과가 말해준다. 아무리 전력 분석을 잘하고, 데이터가 풍부해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오답이 되는 것이다. 7경기가 맞아 떨어져도, 중요한 3경기에서 효과가 없다면 그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정권을 가진 감독은 숫자에 얽매이면 안 된다. 헤아리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매우 많다. 페이퍼가 아니라 경기 흐름과 선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감독이 '데이터대로 실행했는데, 운이 없어서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감독은 데이터 야구가 클러치 상황에서 오답이 될 확률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