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타선은 올해 KBO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나성범과 양의지, 애런 알테어가 모두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다. 리그 역사상 한 팀에서 '30홈런 100타점' 타자가 3명 배출된 건 사상 처음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타순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나성범과 양의지를 각각 3번과 4번에 주로 배치했다. 28일까지 569타석을 기록한 나성범은 3번 타순에서 76.9%인 438타석을 소화했다. 양의지는 517타석 중 무려 483타석(93.4%)을 4번 타순에서 채웠다. 시즌 내내 '3번 나성범·4번 양의지'는 고정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건 알테어 기용법이다. 이동욱 감독은 알테어를 개막전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시즌 여섯 번째 경기부터는 4번 타순에 넣었다. 그런데 알테어는 감독의 구상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고 5월 21일 잠실 LG전에선 8번 타순까지 처졌다. 외국인 타자가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건 흔치 않다. 대부분의 팀이 중심 타선에 넣어 화력을 극대화한다.
공교롭게도 알테어는 8번 타순에서 반등했다. 종종 타순 변동도 이뤄졌지만, 시즌 내내 대부분 7번 아니면 8번 타순에서 경기를 뛰었다. 선수가 자신을 "8테어"라고 부를 정도로 익숙해졌다. 콧대 강한 외국인 선수들은 하위 타순에 내려가는 걸 꺼리기도 하지만 알테어는 달랐다. "감독님이 내주시는 라인업과 상관없이 매 타석 열심히 한다. (타순을)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박석민은 나성범과 양의지 그리고 알테어를 연결한다. 시즌 448타석 중 5번(224타석)과 6번(154타석)에서 84.3%인 378타석을 소화했다.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6, 14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0.436으로 리그 전체 1위. 박석민이 버티니 상대 투수로선 나성범과 양의지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다. 또 알테어 앞에서 잦은 출루로 타점 기회를 만들었다.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박석민 효과'가 꽤 컸다.
이동욱 감독은 "석민이는 일단 출루율이 높다. 홈런이나 타점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출루율이 높고 볼넷이 많다. 압도적"이라며 "말도 안 되는 타격 폼에서 공을 맞히는 능력이 대단하다. 커트를 계속해 볼넷을 얻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그게 알테어 쪽으로 많이 흘러간다. 알테어의 타점 기회가 많아졌다"고 했다. 박석민은 시즌 볼넷이 팀 내 1위이다.
타자의 '꽃'은 누가 뭐래도 홈런이다. 타점은 타자의 해결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박석민은 두 가지 모두 빼어나지 않다. 그러나 팀 타선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자처한다. 그 덕분에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불이 붙는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가 강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