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9위에 그친 SK가 김원형(48) 두산 투수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곧바로 두산을 떠나 SK에 합류, 9일 마무리 훈련부터 SK를 지휘하게 됐다.
김원형 감독의 계약 조건은 2년 총액 7억원. 계약금 2억원에 연봉 2억5000만원이다. 지난달 팀을 떠난 손혁 키움 전 감독(2년 6억원)이나 이동욱 NC 감독(2년 6억원 계약을 2021년까지 연장)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허문회 롯데 감독(3년 10억5000만원), 허삼영 삼성 감독(3년 9억원)보다 임기가 짧다.
이로써 일주일 넘게 미궁에 빠져 있었던 SK 사령탑이 가려졌다. 당초 SK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을 최우선 후보로 놓고 접촉했다. 민경삼 신임 SK 대표이사(사장)와 손차훈 단장이 선동열 전 감독과 지난달 만났다. 그러나 계약에 이르지 못한 채 지난 2일 만남을 마지막으로 협상이 끝났다.
이 시점에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야구인 최초로 구단 사장이 된 민경삼 사장으로서는 하고 싶은 야구가 있을 것이다. 민경삼 사장이 말을 편하게 할 사람이 필요한데 선동열 감독이 (고려대) 1년 선배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거물급 감독' 선동열과 '강한 프런트'를 지향하는 SK의 협상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SK와 선동열 전 감독이 계약이 무산된 이유는 계약 기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미 핵심 코치들과 계약을 한 상태에서 선동열 전 감독에게 2년 계약을 제안했다. "SK는 전통적으로 2년 계약을 해왔다"는 게 근거였다.
민경삼 사장이 운영본부장이었던 2007년 김성근 전 감독을 영입했을 때 2년 계약(8억원)을 했다. 이후 김성근 전 감독과 3년 재계약(20억원)을 한 뒤 2012년 후임 이만수 감독과 3년 계약(10억원)을 했다. 2015년 김용희 감독과 2년 9억원, 2017년 트레이 힐만과 2년 160만 달러(18억원) 계약까지 민경삼 사장이 주도했다.
전임 염경엽 감독이 SK와 3년 25억에 계약할 땐 민경삼 사장이 야구단을 떠나 있었다. 그가 돌아온 뒤로는 무게중심이 현장보다는 프런트에 더 실리고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의 관계자는 "선동열 전 감독은 '팀 재건과 왕조 구축을 위해 2년은 너무 짧다. 다른 조건은 관심 없다. 3년 계약만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차례 협상에도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SK는 결국 김원형 감독을 선택했다. 아울러 조원우(49) 전 롯데 감독을 2군 감독에 임명했다. 조원우 2군 감독이 롯데 지휘봉(2016~18년)을 잡았을 때 김원형이 수석코치였다. 쌍방울-SK 선수로 함께 뛴 둘은 지도자가 되어서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민경삼 사장 체제의 탄생을 김원형 감독, 조원우 2군 감독이 함께하는 것이다.
김원형 감독은 "4년 전 SK를 떠난 뒤에도 내가 잘해야 SK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상황에서 감독 부임을 축하해주신 두산의 전풍 대표이사님, 김태룡 단장님, 김태형 감독님께 감사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