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PO 1차전 선발투수로 소형준을 예고했다. 그는 올 시즌 13승 6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2006년 류현진(토론토)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고졸 신인. 국내 투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상 신인왕을 차지한 리그 최고 유망주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해도 파격적인 결단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 투수에게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1차전 선발투수를 맡기는 사례는 드물다. 데뷔 시즌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을 차지한 류현진조차 개인 첫 포스트시즌(2006)에서 1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이 8일 공식 인터뷰에서 소형준을 1선발로 내세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코칭 스태프, 데이터 분석팀 인원 99%가 소형준을 선택했다.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두산전에 강했다. 6경기에 등판해 28⅔이닝을 막아내며 8점만 내줬다. 3승(1패)을 챙겼고, 빼어난 평균자책점(2.51)을 남겼다. 첫 맞대결부터 좋은 기운을 얻었다. 데뷔전이던 5월 8일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KT의 4연패를 막아내는 투구였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은 강팀이다. 선발투수로 예고된 플렉센의 페이스도 너무 좋다. 그동안 두산과 경기 양상을 보면 선발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진을 공략해 만든 승리가 많았다. 소형준은 항상 5이닝 이상 책임졌다. 6이닝을 2실점 이하로만 막아도 우리 타선이 두산 불펜진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심적 부담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감독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투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소)형준이는 잃을 게 없다. 그리고 그동안 중요한 경기에서 잘 해줬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10월 29일 한화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투구하는 모습을 보며 '이 선수는 정말 대단하다'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데이터와 선수 성향을 두루 고려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5차전 대비 포석이기도 하다.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를 10일 열리는 2차전 선발투수로 내세울 예정이다. 데스파이네가 선호하는 '4일 휴식' 뒤 등판 루틴에 맞춰서 5차전(14일 예정)도 투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두산의 선택은 크리스 플렉센(26)이다. 10월 등판한 정규시즌 5경기에서 4승·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했다. 시속 152~153㎞대 포심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조합이 위력적인 투수다. 좋은 기운은 포스트시즌 데뷔전까지 이어졌다. 지난 4일 LG와 준PO 1차전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패장 류중일 전 LG 감독, 승장 김태형 두산 감독 모두 플렉센의 투구를 인정했다.
플렉센은 올 시즌 두 번 나선 KT전 선발 등판에서 10이닝을 소화하며 1자책점만 기록했다. KT 주전 3루수 황재균에게는 피안타율 0.500을 기록하며 약했지만, 다른 타자들은 잘 제압했다.
등판 간격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렉센은 5일 휴식 뒤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3.14, 4일 휴식 뒤에는 2.3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21. 휴식일이 하루 줄어도 큰 영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