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오는 13일(한국시간)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U-23 친선대회에 참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이후 약 10개월 만에 치르는 국제대회다. 지난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내년 열릴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야 하는 김학범호의 입장에선 이번 대회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다.
어렵게 성사된 대회인 만큼 일정에 여유가 없다. 13일 오전 3시 이집트와 1차전을 벌인 뒤, 채 이틀도 쉬지 못하고 14일 오후 10시 브라질과 2차전을 치른다. 주어진 시간 체력을 100%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 대표팀을 이원화해 경기를 치르는 방법도 예상됐지만, 김학범 감독의 의견은 확고하다. 현지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상대도 만만치 않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참가를 포기하면서 2차전 상대가 남미의 강호 브라질로 바뀌었다. 연이어 강팀을 상대하게 된 김학범 감독은 "브라질이나 이집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팀 중에도 상위에 속해있다. 좋은 평가전이 성사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반겼다. 이집트 도착 후에도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아무 것도 못했는데 강팀을 만나 대결하게 됐다. 여러 경험을 쌓을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친선대회에서 김학범 감독이 바라는 점은 뚜렷하다.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 때 그는 "강팀들을 만나서 신나게 두드려 맞아봐야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패배를 바라는 지도자는 없겠지만, 이번 친선대회는 어디까지나 도쿄 올림픽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실컷 두들겨서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말 속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번 두 경기에 기대하는 것들이 명확하게 담겨있다. 선수들을 점검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강팀을 상대로 매운맛을 봐야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김학범 감독은 그동안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이승우(신트 트라위던), 백승호(다름슈타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김정민(비토리아) 등을 비롯해 김현우(NK이스트라), 이재익(앤트워프), 천성훈(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거 소집했다. 해외에서 치르는 대회인 만큼 국내 친선경기에 비해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기 용이한 환경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물론 아직 종료되지 않은 K리그2(2부리그) 일정으로 인해 이상민, 김태현(이상 서울이랜드), 이유현(전남) 등 기존 대표팀의 중심 선수들 차출이 어려운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문제나 김학범호 중심 선수들의 공백 등을 고려하면, 유럽파 선수들에겐 김학범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