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최고령이었던 류중일(57) 감독이 LG 트윈스를 떠났다. 올해 4위를 기록한 LG는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3전2승제) 2차전에서 지면서 2패로 가을야구를 끝냈다. 경기 종료 직후 류 감독은 차명석 LG 단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017년 말 LG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됐다.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 지도력을 인정받아 LG의 우승을 기대했지만, 지난 3년 동안 LG는 정규시즌에서 8위→4위→4위에 그쳤다. 결국 류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났다.
또 다른 50대 감독이었던 염경엽(52)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건강이 악화돼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던 SK는 올 시즌 초반부터 9위로 처지면서 부진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염 감독은 지난 6월 경기 도중 쓰러져 치료를 받았다. 약 두 달 만에 복귀했지만 5일 만에 다시 건강 문제가 생겨 선수단을 이끌지 못했다. 염 감독은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였지만 사퇴하기로 했다. 한용덕(55)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10위로 부진한 팀 성적때문에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50대 세 명의 감독이 떠나면서 KBO리그에 남은 50대 감독은 김태형(53) 두산 감독, 이강철(54) KT 위즈 감독, 맷 윌리엄스(55) KIA 타이거즈 감독뿐이다. 국내파 50대 감독 둘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살아남았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루면서 3년 총액 28억원(계약금·연봉 각 7억원)으로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이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라 여겨졌던 KT를 올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면서 지난달 26일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연봉 각 5억원)에 재계약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50대 이상 감독은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다. 지난 시즌부터 40대 감독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임명된 이동욱(46) NC 다이노스 감독, 지난해 말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48) 롯데 자이언츠 감독,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감독 등은 모두 40대다. 올 시즌 막판에 사퇴한 손혁(47)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지난해 말 선임됐다.
시즌 중에 감독이 사퇴하면서 임시로 감독 대행을 맡았던 이들도 나이가 젊다.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 박경완(48) SK 감독대행 등도 40대였다. 전력분석 업무를 주로 했던 김창현(35) 키움 감독대행은 무려 30대였다. 이들은 최근 야구계 불고 있는 데이터 야구에 능하다. 각종 첨단 장비를 잘 이용하고 그로 인해 도출된 기록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선동열(57) 전 대표팀 감독은 올해 야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세이버메트리션, 통계학자, 스포츠의학 전문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누면서 지도자로서 한층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을 일간스포츠에 '선동열 야구학' 칼럼으로 연재해 많은 야구팬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 감독은 "시대가 변했고 야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는데 나는 그동안 그러지 못했다.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인정했다.
선 감독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토브리그에서 KBO리그 감독직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SK와는 면접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SK의 선택은 SK 창단 멤버로 투수 출신인 40대 김원형(48) 감독이었다. 12일 현재 감독 자리가 결정되지 않은 구단은 LG, 키움, 한화다. 새로운 시대에 50대 이상 올드보이가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