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플레이오프(PO) 4차전 최우수선수(MVP)는 두산 3년 차 '무명 투수' 김민규(21)였다. 그는 1회 초 1사 2·3루 위기에서 선발투수 유희관에 이어 등판했다. 이 상황에 유한준을 내야 뜬공, 강백호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이후 5회까지 1피안타·1볼넷·4탈삼진·무실점을 기록했다.
김민규의 2018~19시즌 1군 등판 기록은 2경기뿐이다. 그러나 그는 2020년 스프링캠프 최우수선수에 뽑힐 만큼 기대를 받고 있었다.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용됐고,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기면 투입되기도 했다.
올 시즌 KT전에서 강했다. 15이닝을 소화하며 1점만 내줬다. 2피안타 이상 기록한 상대 타자가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규의 이런 점을 믿고, 시리즈 분수령이 될 수도 있었던 4차전에서 선발투수를 1회 강판시키는 강수를 뒀다. 김민규는 사령탑의 선택에 부응했다.
4차전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은 내야수 최주환이다. 그는 4회 말 2사 2루에서 소형준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 경기 결승타였다. 최주환은 시즌 막판 생긴 오른발 족저근막염 탓에 LG와의 준PO에서는 한 타석밖에 뛰지 못했다. 포지션(2루수) 경쟁자 오재원의 타격감이 워낙 좋아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4차전에 선발 출장해 정규시즌에서는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던 소형준을 상대로 팀 승리를 이끄는 장타를 때려냈다.
두산은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준PO에서는 시즌 내내 백업 2루수던 오재원이 타율 0.500(8타수 4안타)·4타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서면 위압감을 줄 만큼 기세가 올랐다. 준PO에서 7타수 1안타에 그쳤던 4번 타자 김재환도 PO 4경기에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1홈런·5타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두산은 오재일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격감이 좋지 않았지만, 4번 타자가 고비마다 장타를 생산하며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유지했다.
4-1로 승리한 2차전에서는 불펜투수 홍건희와 박치국이 2이닝 이상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홍건희는 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 탓에 열흘 이상 쉰 상태였다. 박치국도 기복이 컸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에서 반등했다. 김태형 감독은 "향후 불펜 운영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둘의 활약을 반겼다.
김태형 감독은 KS 1차전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공식 팀 훈련을 마친 뒤 "NC는 투타 짜임새가 워낙 좋은 팀이다. 승부처를 꼽는 건 어렵다. 변수가 승패를 좌우할 것 같다"고 했다. 두산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 기대에 못 미쳤던 선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두산에 유리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