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1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허경민이 8회초 중견수 오른쪽 안타를 날리고 환호하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허경민(30)이 두산 소속 예비 FA(자유계약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기량을 보여주며 가치를 높이고 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까지 치른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평균 3.86득점을 기록했다. 올해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5.67점이었다. 두산이 5점 이상을 얻은 경기는 5일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PO·3전2승제) 2차전뿐이었다. 이마저도 난타를 당한 LG 불펜 투수 진해수의 교체 타이밍을 놓친 상대 벤치의 패착 덕분이었다.
두산의 몇몇 주축 타자들은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 반면 주전 3루수 허경민만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이 병살타 3개, 잔루 7개를 남기며 처참한 공격력을 보여준 KS 1차전에서도 그는 홀로 돋보였다. 허경민은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4출루)를 기록했다. 4타석 모두 누상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출루에 성공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비록 소속팀은 3-5로 패했지만, 허경민은 빛났다.
허경민은 KT와의 플레이오프(PO) 4경기에서 타율 0.231(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때렸다. 1차전 7회 초에는 호투하던 KT 선발 투수 소형준을 흔드는 좌전 안타를 쳤다. 1-0, 1점 앞선 8회 초 2사 1·3루 상황에서도 추가 득점을 올리는 1타점 우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허경민은 2차전 2회 초 무사 1루에서도 우전 안타를 치며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선취점에 기여했다. 준PO 1·2차전도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허경민은 올해 정규시즌 타율 0.332를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다. 이 부문 리그 7위에 올랐다. 내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NC 2루수 박민우(0.345)에 이어 2위다. 7월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0.494를 기록하며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8월과 9월 타격감이 잠시 침체됐지만, 허경민은 10월 출전한 23경기에서 타율 0.363로 반등했다. 그는 지난 8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수비에 비해 타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규시즌 막판 타격감을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가고 있다.
포스트시즌에는 원래 강했다. 포스트시즌 58경기 통산 타율 0.351(171타수 60안타)을 기록했다. 두산이 준PO부터 치러 KS 우승까지 해낸 2015년 허경민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23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리그에서 수비력이 가장 좋은 3루수이고, 주루와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기복이 없다.
두산 소속 다른 예비 FA들은 포스트시즌 내내 기복을 보이거나 부진에 빠져있다. 허경민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가을 야구에 강하고, 타격 능력까지 좋은 3루수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2021 스토브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허경민은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A구단 관계자도 "(유격수 소화 등) 멀티 포지션까지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만, 그의 활용법을 3루수로 한정해도 충분히 가치가 높은 선수다. 허경민을 영입하려는 팀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