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뒤흔든 '역대급' 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 2020 도쿄 올림픽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최가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올해 7월 개최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내년 7월로 연기된 바 있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올림픽 정상 개최를 강력하게 염원하던 일본 정부도 어쩌지 못할 만큼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도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과 백신 개발 여부 등을 고려해 올림픽 개최 '취소'가 아닌 '1년 연기'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재확산 분위기 속에서 올림픽 불가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내년 7월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의지를 거듭 확인했음에도 올림픽 취소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바흐 위원장은 스가 총리와 만나 내년 올림픽 개최 때까지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더라도 유관중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스가 총리는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로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바흐 위원장도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인류의 연대와 결속력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삼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올림픽 취소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한 두 사람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꼭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일본 아사히 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는 논픽션 작가 혼마 류, 언론인 출신 호시 히로시 등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취소 방침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내년 올림픽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IOC의 말이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혼마 류는 "유럽을 중심으로 감염이 재확산하고 있는데 취소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며 "(취소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조직(IOC)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IOC는 취소 의견을 제시했으며, 일본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라는 내용이다. 스가 총리와 바흐 위원장이 개최 방침을 강조한 것은 정치적인 제스처라는 해석도 일본 내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호시 히로시 역시 "유럽에서의 감염 확산 때문에 10월 하순부터 (올림픽 관련) 실무회의가 중단된 것 같다. IOC와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관계자들과의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유럽에선 올림픽 예선전이나 연습경기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어떤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외무성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내년 올림픽 개최가 부정적이라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의 관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내 확진자가 연일 1000여 명을 웃돌며 3차 유행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올림픽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일본 TV아사히가 바흐 위원장 방일 직전인 14일부터 이틀간 전국 남녀 18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취소해야 한다"가 31%, "재연기 하자"는 28%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아사히 신문은 '도쿄 올림픽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려는 스가 총리와 내년 봄 IOC 회장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흐 위원장의 의도가 엿보이는 거래'라며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