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준플레이오프(PO)부터 치러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를 상대한 2017년, SK를 상대한 2018년은 KS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그러나 2019년 다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왕조'로 인정받았다.
매년 우승 후보로 꼽혔다. 3~4연패도 화제가 됐다. 워낙 수비력이 탄탄한 팀으로 평가받다 보니, 실책 빌미로 패한 경기에서는 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두산을 향한 기대치는 항상 높았다. 성적과 경기력 모두 말이다.
김태형 감독 체제 첫 통합 우승이던 2016년은 비교적 순탄했다. '판타스틱4'로 불린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이 모두 15승 이상 기록했다. 팀 타율(0.298)과 홈런(183개)도 1위였다. 두 번째 통합 우승을 해낸 2019년도 5선발 로테이션이 무난히 가동됐다. 권혁·김승회 베테랑 투수들이 분전하고 새 얼굴 이형범이 뒷문을 지킨 불펜도 안정감이 있었다. 리그 평균자책점 2위(3.64)를 기록했다.
또다시 '디펜딩챔피언'으로 맞이한 2020년. 악재가 쏟아졌다. 시즌 초반부터 개막 로테이션을 소화한 선발투수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2019년 뒷문 지기 이형범은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2군으로 내려갔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타구에 왼발을 맞고 이탈했다. 2019년 17승 투수 이영하도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프런트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주전급' 백업 류지혁을 KIA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불펜을 강화했다. 영입한 홍건희는 기대한 만큼 묵직한 구위를 뽐내며 불펜 전력 향상에 기여했다. 백업 2순위 포수 이흥련을 SK에 내주며 '미래 선발감' 이승진을 영입했다. 퓨처스팀에서 단기간에 기량이 급성장한 이승진은 시즌 막판 셋업맨 역할을 해냈다.
현장은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스프링캠프에서 성장을 유도한 젊은 투수들을 적소에 활용했다. 이용찬이 이탈했을 때는 박종기, 플렉센이 이탈했을 때는 최원준을 대체 선발로 발탁해 선발진 붕괴를 막았다. 순위 경쟁이 달아오른 8월 말에는 마무리투수였던 함덕주를 선발로, 선발투수던 이영하를 마무리투수로 교체하는 '파격' 선택을 내렸다. 두 투수의 선호와 능력을 두루 살폈다. 두 투수 모두 새 임무를 비교적 잘 수행했다.
투·타 상호 보완도 좋았다. 마운드가 흔들렸던 개막 초반에는 주축 타자들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두산이 상위권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타선 팀 타율이 8위까지 떨어졌던 9월에는 투수진이 힘을 내며 승률 관리를 이끌었다. 팀 타율(0.310)·팀 평균자책점(2.95) 모두 1위를 기록한 10월에는 10구단 승률 1위(0.696)를 기록했다. 6위로 시작해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유의 가을 DNA가 정규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을 지배했다. 챔피언 같은 도전자로 플레이오프(PO·KT전)와 한국시리즈(KS·NC전)를 치렀다.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KS에서 2승 4패로 밀렸다. 그러나 2인자에 그친 결과만으로 두산의 2020년을 평가하긴 어렵다. 수차례 변수를 대처하며 마지막 무대까지 오른 저력은 더 빛났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시즌이었다. KS에 오른 자체가 소득이다"고 자평했다.
두산은 내부 FA(자유계약선수)가 많다. 25일 공시된 인원만 9명이다. 주축 야수진이 대거 포함됐다. '부자' 구단도 모두 잡기 어려운 숫자다. 전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희망도 확인했다. 2020년 젊은 투수들이 값진 경험을 쌓았다.
대표 영건 이영하는 선발과 마무리투수를 번갈아 맡았다. KS에서 크게 고전한 기억도 자산이 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김민규도 자신감을 갖고 2021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시즌 막판 '혹사' 논란에 시달릴 만큼 사령탑의 신뢰를 받았던 이승진의 성장세도 기대를 모은다. 팀 토종 투수 중 최다승을 거둔 최원준도 더 나은 2021년을 예고한다. 데뷔 10년 만에 제 옷을 입은 홍건희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에는 뛰지 못했지만, 정규시즌 대체 선발과 불펜 마당쇠 역할을 해낸 박종기와 채지선도 주목해야 할 투수들이다.
성과가 족쇄가 될 수 있는 강팀의 숙명. 두산은 부담감을 이기고 6년 연속 최고 무대를 밟았다. 챔피언은 오르지 못했고, 전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이. 두산은 2021년에도 강팀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