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주가 급락과 일반주주들의 반대에도 기업분할을 밀어붙이고 있다. 겉으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하지만 대주주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분할이라는 시선이 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림산업은 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업분할 안건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대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은 지주사와 2개 사업회사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존속법인인 지주사는 디엘이 되고, 그 아래 2개 사업군으로 재편된다. 건설산업은 디엘이앤씨가 맡고, 석유화학 사업은 디엘케미칼이 담당하는 분할 방안이다.
대림산업을 디엘과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하고, 디엘에서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이 물적분할로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했듯이, 디엘과 디엘이앤씨는 기존 회사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신설 회사 주식을 나눠 갖는다. 분할 비율은 디엘 44%, 디엘이앤씨 56%로 정해졌다.
기존 대림그룹은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산업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해욱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코퍼레이션의 대림산업 지분은 21.7%에 불과해 지배구조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분할 이후에는 이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분할 이후 디엘과 디엘이앤씨 지분을 각각 21.7% 보유하게 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이앤씨의 지분을 새로운 지주사 디엘에 넘겨야 하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현물출자나 교환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런 경우 디엘은 디엘이앤씨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고, 대림코퍼레이션은 43.34%에서 최대 49%까지 디엘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대림산업은 “분할 이후 세부 사항을 살펴본 뒤 주식매입, 공개매수, 현물출자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실질적인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디엘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분할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이에 반해 일반주주들은 기업분할로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7일 9만6700원이었던 대림산업 주가는 기업분할 계획이 전해진 뒤 급락했다. 7만5000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2일 8만1000원에 거래되는 등 최근 코스피 상승랠리 속에 20% 가까이 하락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496억원, 순이익 22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1.92%, 28.51% 증가했음에도 주가는 곤두박질친 셈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5년 동안 대기업 총수 자녀세대 중 지분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65%까지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회장은 2015년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대폭 높인 바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기업분할에 대해 “구체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 부족하고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실적 개선 여부도 불확실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림산업은 일반주주들의 반대에도 기업분할에 따른 대규모 사옥 이전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통일로 디타워 돈의문으로 이전한다. 대림그룹은 새 사옥에서 내년 1월 1일 디엘 지주사를 출범할 계획이다.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13.04%의 대림산업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분할 찬성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