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닉 미네라스(32)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서울 삼성의 1옵션 외국인 선수였다. 43경기에 나서 평균 24분54초를 뛰면서 21득점 5.9리바운드를 기록한 미네라스는 삼성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KBL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미네라스는삼성의 푸른 유니폼 대신 'S-더비' 라이벌 서울 SK 유니폼을 입었다. 1옵션자밀워니에미네라스까지 가세한 SK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2020~21시즌 초반, 미네라스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포워드 라인이 강한 SK에서 미네라스의 득점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첫걸음부터 꼬였다. 최준용을 비롯해 안영준·김민수 등 SK 장신 포워드 라인을 구성하던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미네라스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출전시간도 줄어 그는 15경기 동안 평균 12분29초를 뛰는 데 그쳤다. 경기당 득점도 9.4점에 불과했다. 워니가 건재하다고 해도 미네라스가 계속 부진하다면 SK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휴식기가 끝나고 치른 첫 경기, 2일 창원 LG와의 홈 경기에서 보여준 미네라스의 활약에 문경은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미네라스는 이날 16분13초를 뛰며 20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87-84 승리를 이끌었다. 미네라스가 SK에 온 뒤 20득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후 문경은 감독은 "미네라스에게 코트를 넓게 쓰라고 했다. 볼을 서서 잡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기회를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미네라스가 달라진 데는 2주간의 휴식기가 큰 역할을 했다. 팀을 재정비할 여유가 생긴 문경은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포워드 라인을 가다듬고, 미네라스가 적응하도록 애썼다. 여기에 김민수가 복귀하면서 SK의 포워드 라인이 살아나자 미네라스도 한결 좋아졌다.
LG전 2쿼터에서만 10득점을 올리며 득점력을 과시한 미네라스는 4쿼터에서 상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는 3점슛을 성공했다. 4쿼터에만 30점을 쏟아 부은 LG의 추격을 SK가 따돌릴 수 있었던 건 3점슛 두 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린 미네라스의 활약 덕분이었다.
미네라스가 부진할 때도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던 문경은 감독은 "열심히 하려는 (미네라스의) 의지가 커졌다"고 반겼다. 문경은 감독은 "우리 팀에 좋은 포워드들이 많다. 미스 매치를 통해 공간을 찾으면 미네라스가 외곽슛을 던질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계속 맞춰나갔으면 한다"는 말로 더 큰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