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의 긴 공백 동안 경륜 선수들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중 상당수는 부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아무래도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기혼자, 상대적으로 상금 수득이 적었던 중 하위급 선수들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재개장 경기에서 그 후유증이 고스란히 반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맞이했던 선수도 있었다.
'25기 3인방' 김태범·이진원·윤진규이 선발급에서 가장 돋보였다. 이들은 43·44·45회에 차례대로 출전한 세 경주에서 모조리 우승했다. 경기 내용이 더욱 눈부시다. 모두 선행이나 젖히기 같은 자력 승부로 2위 그룹과 현격한 거리차를 둔 완승이었다. 이진원의 경우는 올 초 1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동기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불명예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서우승도 11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송승현·임지춘·정언열·주병환·함동주가 비교적 높은 인기에서 꾸준한 입상과 함께 제 몫을 해줬다는 평가다. 반면 유일선·이정민·윤영수·고광종·조창인·이창희 등은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 휴장 후유증을 실감해야 했다.
우수급 역시 신예들이 빛났다. 올 초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유다훈은 43회 첫날 강력한 우승후보인 고병수·류성희 등을 따돌리며 선행으로 1위를 차지해 쌍승 119.9배의 대박을 터트렸다. 동기생인 이재림과 함께 3일 연속, 대부분 자력 승부로 입상에 성공하며 특선 특별승급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동기생인 한탁희도 2승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특선급은 이전 경기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슈퍼특선반 정종진·정하늘·황인혁·성낙송 등은 200m 랩타임 10초를 가볍게 넘기는 등 성적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이전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25기 괴물 신인으로 꼽히는 임채빈도 둘째 날 3위로 밀리진 했지만 2승을 쓸어 담으며 특선급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결국 휴장기 후 개장 경기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덜했거나 단기간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었던 젊은 선수층의 선전이 이어졌다. 또 김포·동서울·세종처럼 훈련 프로그램이 잘 가동된 지역 선수들의 경우 영향이 덜했다.
박창현 경륜 전문가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력에서는 우려했던 큰 문제는 없었다"며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든다면 선수들의 노력, 팬들의 열기가 더해져 좀 더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