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1승 1패 후 3차전을 앞둔 지난달 19일. NC다이노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에선 ‘아이엔엠(I&M·Innovation & Management) 리포트가 열렸다. 분기마다 김택진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이 나와 전 직원 대상으로 회사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날 행사는 온라인으로 직원들에게 중계됐다. "NC다이노스가 우승하면 좋겠다"며 리포트를 시작한 김 대표는 잠시후 중대 발표가 있다고 예고했다. 발표자로 등장한 이는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사장·45). 엔씨소프트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윤 사장은 이날 새로운 기업 미션(사명)을 발표했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일하고 도전해야할 가치는 ‘푸시’(PUSH)와 ‘플레이’(PLAY)라는 얘기다.
게임 회사에서 종합 IT기술 기업으로 확장 중인 엔씨소프트가 미래 전략 핵심 키워드로 PUSH와 PLAY를 들고 나왔다. 2008년 이후 기업의 미션으로추구하던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에서 12년 만에 새로운 방향을 발표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전의 미션은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공간을 만들어가던 회사로서 적절한 핵심 가치였지만, 10년 이상 지난 지금 엔씨소프트의 미션을 담기엔 부족하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선 지난 1년간 미래 비전과 경영철학을 보다 잘 담아낼 새로운 기업 미션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발표에서 윤송이 사장은 “올해 초부터 브랜드 이미지(CI)를 개편하면서 엔씨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가치가 궁극적으로 기술과 혁신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PUSH와 PLAY라는 새로운 기업 미션에 담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PUSH’에는 ‘한계를 뛰어넘다’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기술 분야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다. PLAY는 ‘사용자 경험’ 혁신을 이뤄내는 상상력을 의미한다. 게임 기반 지식재산(IP)뿐만 아니라 NC 다이노스 야구단, 스푼즈 캐릭터 등 사람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새로운 상상력으로 무엇이든 창조하자는 의미다. 김택진 대표는 3일 공개된 엔씨소프트 기업블로그 게시글에서 “기술은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며 혁신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리니지2M과 2017년 선보인 리니지M이 쌍끌이로 엔씨소프트를 견인하는 중이다. 두 게임은 출시 후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지금도(3일 현재)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만 1조 8548억원으로, 지난해 연 매출(1조 7012억원)을 넘어섰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창단 9년 만에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준비한 ‘리니지 집행검’은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엔씨소프트는 올들어 게임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턴 KB증권·디셈버앤컴퍼니와 함께 ‘인공지능(AI) 간편투자 증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AI기술을 활용해 장차 AI금융투자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케이팝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선보인다. 아이즈원·몬스타엑스·강다니엘 등 정상급 아이돌 11개팀이 합류할 예정이다.
새로운 기업 미션도 이 같은 엔씨소프트의 확장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여러 영역에서 활용하는 중”이라며 “본업 경쟁력이 탄탄한 만큼 '게임 플러스 알파'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