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SK), 김용의(LG), 허경민(두산), 최주환(SK) 한파는 없다.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2021 FA '빅3' 중 2명이 지난주 행선지를 정했다. '최대어' 허경민(30)은 지난 10일 원소속팀 두산 잔류를 결정했다. 4년 동안 총액 65억원(계약금 25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허경민은 4년 뒤 선수 옵션(기간 3년, 총액 20억원)도 행사할 수 있다. 최대 7년 동안 85억원을 받는 계약이다.
두산 주전 2루수였던 최주환(32)은 SK 유니폼을 입었다. SK는 11일 "최주환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42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12억원, 연봉 26억원, 옵션 4억원이다. 그동안 내부 FA 단속에 집중하던 SK가 2012 스토브리그에서 임경완과 조인성(이상 은퇴)을 영입한 이후 9년 만에 외부 영입을 단행했다. 올해 9위에 그친 SK는 최주환 영입으로 팀 재건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12일까지 총 성사된 FA 계약은 총 4건이다. 베테랑 내야수 김성현(33)이 원소속팀 SK와 기간 2+1년 총액 11억원에 계약하며 신호탄을 쐈다. LG 대주자 요원 김용의(36)도 3일 1년 총액 2억원에 잔류했다. 허경민과 최주환, 대어급 선수 계약이 연이어 나오며 2021 FA 계약 총액은 140억원을 찍었다.
FA 계약 열기는 총액 766억 2000만원을 기록한 2016 스토브리그가 정점이었다. 그러나 이후 4년 연속 감소세였다. 총 19명이 계약한 2020 스토브리그에서는 총액 401억 2000만원을 기록했다. 2013 스토브리그(242억 6000만원) 이후 최소 규모였다.
FA 열기가 식는 동안에도 각 구단은 이대호(롯데)·최형우(KIA)·김현수(LG)·양의지(NC) 등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에게 10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몸값 거품이 걷혔고, 각 구단도 합리적인 투자를 지향했다. 총액 40~50억원 계약에도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다.
이번 FA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구단 수익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2020 정규시즌 입장 관중은 총 32만 831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728만명) 관중의 22.17% 수준이었다. 마케팅 수익도 동반 하락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흐름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다수 구단이 '바이어'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기업 재정난 탓에 '머니 게임'에서 밀릴 것으로 보였던 두산도 내부 FA 사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허경민과의 재계약이 이를 대변한다. 특히 두산 내부 FA들은 주가가 높다. 실력이 검증됐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러 구단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최주환이 행선지를 정하면서 FA '빅3' 한 축이었던 두산 1루수 오재일(34)의 협상도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비슷한 가치로 평가됐던 최주환의 시장 가격이 드러났기에 계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정해지면 준척급 선수들의 협상도 빨라진다. 두 번째 FA 계약을 앞둔 이대호·최형우·차우찬 등도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FA 시장 열기가 5년 만에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