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전주 KCC 경기 4쿼터 종료 2분 31초 전. KGC 변준형(24)이 KCC 송교창과 일대일 대결에서 레이업에 성공해 74-68을 만들었다. 조금 전 전달한 작전 지시가 적중하자 김승기 KGC 감독은 ‘물개 박수’를 쳤다.
KGC가 2020~21시즌 홈 경기에서 KCC를 83-79로 꺾었다. 공동 선두끼리 맞대결에서 승리한 KGC는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12승7패)로 올라섰다. 올 시즌 KCC전 2연패를 끊었고, 10개 팀 가운데 처음으로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했다. KGC 라타비우스 윌리엄스(25점·11리바운드)와 이재도(22점)가 공격을 이끌었고, 변준형(13점·4어시스트)이 승부처에서 빛났다.
1쿼터에 11점 차로 끌려갔던 KGC는 2쿼터 윌리엄스의 공격이 활기를 띠면서 40-38로 경기를 뒤집었다. 변준형은 멋진 패스로 윌리엄스와 앨리웁 덩크를 합작했다. 59-58에서 시작한 4쿼터, 공동 선두팀답게 접전을 이어갔다. 74-71에서 변준형이 또 한 번 윌리엄스의 앨리웁 슛을 도왔다.
이정현의 3점포 등으로 KCC가 2점 차(78-80)까지 따라붙었다. KCC의 추격을 따돌린 건 4쿼터 종료 12.6초 전.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낸 변준형은 1개를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승기 감독은 올 시즌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 대신 변준형에게 기회를 준다. 일대일 공격을 펼칠 공간을 열어주는 아이솔레이션 작전을 구사한다. 변준형은 과거 기아차 가드 강동희처럼 순간 스피드가 빠르다. 김선형(32·서울 SK), 허훈(25·KT)을 이을 공격형 가드로 주목받는다.
팬들은 변준형에게 ‘코리안 어빙’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미국 프로농구(NBA) 카이리 어빙(28·브루클린 네츠)에 빗댔다. 변준형은 “내가 워낙 드리블을 못 해서, 어빙처럼 멋진 드리블을 하고 싶었다. 요즘도 매일 어빙 동영상을 수십 번씩 보며 연구한다”고 말했다.
2018~19시즌 신인왕 출신인 변준형은 프로 3년 차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2.5점, 4.1어시스트를 올렸다. 지난 시즌 기록(7.3점, 2.4어시스트)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뺏고 또 뺏는 농구’를 구사하는 김승기 감독은 공격만 잘하던 변준형에게 스틸을 가르쳤다. 변준형은 이날 스틸 6개로 승부의 분수령마다 분위기를 바꿨다.
김승기 감독은 “준형이가 일대일이 아주 좋아졌고, 리딩도 늘었다. 마지막 클러치 타임 때 책임감을 갖게 하고 있다. 슈팅은 더 발전해야 하고, 좀 더 공을 오래 갖고 플레이해야 한다. 목표가 있다. 내 손으로 직접 국가대표 가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국가대표 가드로 뛰었다.
KGC 오세근은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4쿼터는 쉬었다. 공백을 노장 양희종(36)이 결정적인 3점 슛으로 메웠다. KGC 이재도도 최근 맹활약 중이다. 전창진 KCC 감독도 “변준형과 이재도를 막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윌리엄스는 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서울 삼성은 울산 원정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71-70로 꺾고 공동 7위(9승10패)가 됐다. 삼성 임동섭이 19득점 5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