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누수 최소화. 6시즌(2015~20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역 7명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자금 사정이 좋은 팀도 모두 재계약하기 어려운 숫자다. 심지어 내부 FA 다수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빅4'로 평가됐던 최주환과 오재일이 각각 SK와 삼성으로 떠났다.
두산은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삼고 스토브리그에 임했다. 지난 10일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기간 4년, 총액 65억원에 내부 FA 허경민을 잡았다. 허경민에게 선수 옵션(기간 3년·총액 20억원)도 안겼다. 허경민은 FA 최대어로 평가된 선수였다. 두산은 허경민을 재계약 1순위로 삼았고, 처음부터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두산은 "잡아야 할 선수는 반드시 잡겠다"는 내부 방침을 증명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영입전에 뛰어든 경쟁 팀에는 '머니 게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상보다 거침없는 행보.
두산은 허경민과의 재계약 뒤에도 "오버페이 없이 순리대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당연히 정해뒀을 것. 특정 선수에게 더 상향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제 두산의 선택에 다른 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이 남은 내부 FA 중 어떤 선수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 협상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선택은 스토브리그 내내 주목받을 전망이다. 당장 보상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최주환과 오재일의 유산 얘기다.
두산은 그동안 보상선수 지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2019 스토브리그에서는 주전 포수 양의지를 NC에 내줬지만, 보상선수로 영입한 이형범을 2019시즌 마무리투수로 키워냈다. 2017 스토브리그에서는 내부 FA 이원석이 삼성으로 이적하자 보상선수로 포수 이흥련을 영입했고, 지난 5월 SK와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이흥련을 내주고 영입한 이승진은 정규시즌 막판 두산 불펜진 핵심 선수로 부상했다.
최주환과 오재일 모두 2021 스토브리그부터 적용되는 FA 등급제에서 A등급으로 분류됐다. 보상선수로 20인 보호 선수 외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21번째 선수 영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K는 뎁스가 좋은 팀이다. 삼성은 올 시즌 젊은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두산은 안목이 좋은 팀이다. 내부 FA 유출은 또 나올 수 있다. 두산도 세 번째, 네 번째 선택을 해야할 수 있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좌완 선발투수 유희관 등 30대 중반을 넘어선 선수들과의 계약도 관심사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다.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전력 누수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내부 FA 유출을 대비해 트레이드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이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당 팀들의 스토브리그 희비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