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주말극 '철인왕후'가 tvN 역대 첫 방송 시청률 2위에 랭크됐다. 흥행 청신호를 켰다. 열띤 관심만큼이나 후폭풍도 뜨겁다. 작품을 둘러싸고 '역사 조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첫 시작을 알린 '철인왕후'는 시대도, 성별도 뛰어넘어 조선시대 중전 몸에 불시착한 문제적 영혼의 기상천외한 궁궐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세상 둘도 없는 저 세상 텐션을 가진 신혜선(김소용)과 낮과 밤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현(철종)의 코믹 시너지가 힘을 발해 1회 수도권 기준 평균 8.7%, 최고 11.0%(닐슨코리아 케이블·IPTV·위성 통합 유료플랫폼 기준)까지 치솟았다. 2회에도 9%대를 넘기며 이 기세를 이어갔다.
배우 신혜선의 첫 사극 도전이라는 점, 남성의 혼이 여성의 몸에 깃들어 조선시대 중전으로 궁궐에서 살아간다는 설정 등이 흥미롭게 다가와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티저부터 코믹 에너지를 물씬 풍겨 어떠한 작품이 나올지 궁금했다. 신혜선은 거침없이 망가졌다. 김정현과 차진 코믹 호흡을 자랑했고 김소용이라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더구나 올해는 '사극 가뭄'이었다. 사극에 갈증을 느꼈던 시청자들이 '철인왕후'로 마음을 돌렸다. 이에 방송 첫 주부터 10% 돌파를 목전에 두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중국 원작부터 '혐한 작가'라는 점 때문에 잡음이 있었는데, 첫 방송 이후 '철인왕후'가 꾀한 파격적인 지점들이 파격을 넘어 논란으로 확장됐다. 극 중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 조선왕조실록은 한낱 지라시네'란 대사를 비롯해 그 시대에 실존한 인물들을 인용, 과감하게 터치하다 보니 불편한 지점을 만들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풍양 조 씨)는 극 중 온갖 미신을 믿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캐릭터 설명 역시 '온갖 미신을 믿는 나몰라 여사'로 표현돼 있다. 조선의 마지막 대왕대비가 이렇게 표현되자 풍양 조 씨 종친회 측은 "모욕적이고 저속한 표현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고 하지만 역사 폄하, 조롱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퓨전 사극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봐야 할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철인왕후'에 대해 "파격적이라 시작 전부터 예고편을 본 사람들이 많이 기대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파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표현의 수위가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이 조선시대야?'라고 하는 건 공감할 수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풍양 조 씨를 언급하는 건 너무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 작가가 혐한이라고 해도 리메이크를 하게 되면 우리만의 재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에 원작과 결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보다도 과감한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 미흡했던 같다. 앞으로도 그 부분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작품의 난항이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철인왕후' 제작진 측은 사과했다. "중국에서 방영한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리메이크 방영권을 구매해 기획된 작품이다. 제작사에서 원작 소설이 아닌 웹드라마의 리메이크 방영권을 구입한 것이고, 계약 당시에는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 원작 소설가의 또 다른 작품인 '화친공주'에 한국 관련 부정적 발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원작과 차별화된 새로운 창작물로서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제작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대사와 관련, "해당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 그 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 '퓨전 사극 판타지 코믹' 장르로 역사 속 인물과 배경을 차용했지만 ‘현대의 영혼이 실존 인물을 만나 파동을 일으키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창작에 기반한 픽션이다. 건강한 웃음을 드리고자 했던 의도와 달리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앞으로 제작에 더욱 유의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