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두 번째 내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성공했다. 2021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이 파격적인 행보로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두산은 16일 "내부 FA 외야수(중견수) 정수빈과 6년 총액 5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16억원, 연봉 합계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이다. 영입전에 뛰어든 한화는 정수빈에게 4년 총액 40억원을 보장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은 장기 계약 카드로 응수하며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수빈은 계약 후 "'원클럽맨', '베어스맨’이 된 것 같아 영광스럽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은 지난 10일 내부 FA 3루수 허경민(30)을 잡았다. 선수 옵션(3년·총액 20억원)을 포함해 최대 7년, 총액 85억원을 투자했다. 'FA 최대어'로 평가된 허경민의 몸값이 치솟았지만, 역대 FA 최장 기간 계약을 안겼다. 허경민은 "장기 계약으로 보여준 두산의 믿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두산은 이후 FA 최주환(32·SK)과 오재일(34·삼성)을 빼앗겼다. 한화의 물량 공세에 정수빈 계약도 난항이 예상됐다. 그러나 두산은 15일 정수빈과의 세 번째 만남에서 허경민에게 썼던 장기 계약 카드를 다시 꺼냈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1990년생이다. 두산 내부 FA 중 가장 젊다. 그러나 주전으로 뛴 경험은 오재일, 최주환보다 많다. 포스트시즌 경험도 마찬가지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각자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췄다. 타격 능력은 매년 향상되고 있다.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허슬 두산'이라는 팀 정체성을 상징하는 역량도 갖췄다. 두산은 현재의 주축이자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두 선수를 잡았다.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 '1990년생 트리오'의 해체를 바라지 않는 두산 팬의 마음도 함께 잡았다.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두산 그룹은 현재 핵심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야구단도 올해 내내 매각설에 시달렸다. 모기업 재정 악화로 인해 스토브리그 '머니 게임'에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11월에는 '세일즈 앤드 리스 백(자산을 다른 기업이나 금융 기관에 판 뒤 이것을 다시 빌려 쓰는 방법)' 방식으로 2군 훈련장 베어스파크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했다. 두산이 일단 290억원을 확보했으나, 이 돈이 FA 계약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두산은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 내부 FA와의 계약에 번번이 실패했던 것과 달랐다. '빅4' 중 2명을 잡았고, 김재호와 유희관과의 재계약도 낙관적이다.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이미 성공적이다.
두산이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장기 계약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선수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통상적으로 기량이 저하된다. 장기 계약의 리스크를 구단이 다 떠안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또한 앞으로 FA 자격을 취득하는 두산 선수들은 허경민과 정수빈의 계약을 바로미터로 삼을 것이다. 두 선수에게 예상보다 많은 액수를 안긴 탓에 다른 선수들과의 협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 두산이 2021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