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첫 방송된 JTBC 수목극 '런 온'을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한 신세경. 극 중 관성적으로 뒤를 돌아봐야 하는 영화 번역가 오미주 역으로 변신해 많은 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재미와 기분 좋은 떨림을 선사하고 있다.
신세경과 매력적인 캐릭터 오미주의 만남은 방송 초반부터 시너지를 낳고 있다. 할 말은 다 하지만 사랑하는 번역을 지키기 위해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센 척하는 푸들' 같다가도, 잘생기면 운명을 믿는다는 엉뚱함으로 미소 짓게 한다.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음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직진 본능까지 갖춰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배우로서 지닌 자신만의 강점으로 오미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차진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물에 입체감을 불어넣었고, 정확한 발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 톤으로 대사의 말 맛을 제대로 그려냈다. 유쾌함과 진중함을 위화감 없이 오가는 신세경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드라마를 지탱하는 주요 요소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런 온' 3회에서도 신세경의 진면모가 발휘됐다. 신세경 특유의 리듬감으로 대사에 내포된 감정을 화면 너머로까지 탁월하게 전달했다. 감정 전달자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웃음부터 설렘, 위로 등 안방극장을 풍성하게 채운 다양한 감정을 오미주의 대사로 짚어봤다.
◆ "대가리 한번 깨보고 싶네."
목적지도 말하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임시완(기선겸)을 두고 한 신세경의 다소 섬뜩한 대사는 필터링 없는 솔직함을 잘 보여준다. 내비게이션에 기록된 임시완의 행선지에 집 주소가 없음을 알게 됐다. 누군가는 막막함에 한숨을 쉴 테고, 누군가는 치밀어오는 화를 주체할 수 없겠지만 신세경은 그저 담담하게 "대가리 한 번 깨보고 싶네"라는 한 마디만 건넸다. '머리'가 아닌 '대가리'라는 단어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는 에둘러 표현하지 못하는 신세경의 직설적인 화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이자 세상의 사사로운 일들과 떨어져 사는 것 같은 임시완의 속마음을 훤히 알고 싶은 신세경의 바람도 담겨있기도 하다. 이렇듯 와일드한 내용과 상반된 신세경의 담백한 어조는 보는 이들의 웃음 버튼을 누르기에 충분했다.
◆ "기선겸 그거 뭐 예쁘다고."
임시완의 통역을 맡게 된 신세경은 동시 통역가로서 최선을 다한다. 골프선수 류아벨(기은비)에게 초점이 맞혀진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한숨 섞인 울분을 터트리는가 하면, 질문지의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기자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등 신세경은 임시완의 키다리 아저씨로 활약했다. 이렇듯 좋아하는 사람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모습은 설렘을 안겨줬다.
◆ "하기 싫음 하지 마요."
상처를 극복하기 싫다는 임시완에게 신세경은 "하기 싫음 하지 마요"라는 간단한 해답을 건넸다. 화려한 수식어나 상세한 설명이 없는 명료한 한 마디는 마치 따스한 주문을 거는 듯한 마법 같았다. 본인만 제외된 인생을 살고 있는 임시완의 지친 마음을 유일하게 어루만져준 신세경을 보고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 이러한 신세경의 진심 어린 위로는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