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KBO리그 선수는 김하성(25·키움)이다. 이번 겨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진출을 시도하면서 그의 이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김하성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일본 프로야구(NPB) 출신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31)다.
요미우리 에이스 스가노는 김하성과 같은 방법으로 MLB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현지의 평가가 상당히 후하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인 투수 트레버 바우어(29·전 신시내티)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MLB 구단들이 스가노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스가노는 도카이 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첫 시즌 13승 6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면서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다. 이후 8년 동안 요미우리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9승에 그친 2016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그만큼 꾸준했다.
스가노는 2017년 17승 5패 평균자책점 1.59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도 14승 2패 평균자책점 1.97로 위력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101승 49패, 평균자책점 2.32.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3으로 특급 수준이다. 2017년과 2018년에는 NPB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을 연속 수상했다.
MLB 현지 전문가들은 호평 일색이다. NPB를 오랫동안 지켜본 짐 앨런은 스가노의 최대 강점으로 커맨드와 균형감, 그리고 슬라이더를 꼽았다. 여기에 빠른 공과 스플리터도 평균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허리 부상 영향으로 떨어졌던 구속을 지난해 시속 150㎞대로 다시 끌어올린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LB 구단에서 2~4선발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LB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은 경기는 2018년 10월에 열린 포스트시즌 1라운드(퍼스트 스테이지)였다. 당시 스가노는 야쿠르트를 상대로 NPB 사상 첫 포스트시즌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첫 20타자를 연속 아웃시킨 뒤 21번째 타자를 상대로 이날 경기의 유일한 피출루인 볼넷을 허용했다. 이목이 쏠린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해내니 스카우트들이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도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로 2017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당시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한 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6이닝 1실점 쾌투했다. 미국 대표팀을 이끌던 짐 릴랜드 감독이 스가노의 피칭에 엄청난 찬사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릴랜드 감독은 "스가노는 MLB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이며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걸치는 빠른 공과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스가노는 MLB에서 성공을 거둔 선배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과는 다른 스타일의 투수다. 그러나 NPB에서 일정 기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비슷하다. 스가노에게는 다르빗슈의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이 없다. 다나카의 필살기인 스플리터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스가노는 최상급의 커맨드와 슬라이더로 NPB 통산 22.2%의 탈삼진율을 기록했다. 이는 다르빗슈(25.1%)와 다나카(23.3%)에 뒤지지만, 마에다 겐타(20.4%)보다 높다. 볼넷 허용률은 오히려 다르빗슈나 다나카보다 낮다.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했을 때 다르빗슈나 다나카, 마에다처럼 MLB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MLB에서는 '검증된 기량'을 원한다. 앞서 MLB 무대를 밟았던 선수들의 성패가 그 뒤를 잇는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스가노도 마찬가지다. 전망이 나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