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일탈이 소속팀과 리그, 종목의 품격을 실추시킨다. 더 강력한 처벌과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두산 구단은 "퓨처스(2군)팀 소속 투수 정현욱(22)과 포수 권기영(22)을 자격정지선수로 지정해 줄 것을 KBO에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스포츠토토를 한 정현욱은 국민체육진흥법(30조)을 위반했다. 발행 대상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경기 단체 임직원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구매·알선을 할 수 없다. 정현욱은 사설 토토에도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구단은 선수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권기영이 사행성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도박을 한 사실을 적발했다. 두산은 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한국 야구는 여러 차례 불법 도박 논란에 시달렸다. 2012년 LG 소속 투수였던 박현준이 사설 스포츠 도박 업체와 연계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 2015년에는 임창용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2016년에도 이태양·유창식 등이 승부 조작 혐의가 인정되며 처벌을 받았다.
구단은 선수단을 상대로 '품위손상행위'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BO도 클린베이스볼 가이드북과 온라인 교육 영상물(클人베이스) 제작해 아마·프로 야구 현장에 배포했다. 선수들은 연봉 계약을 할 때 '도박이나 승부 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작성한다. 이런 행위가 KBO 야구규약(14장 제151조)에 명시된 제재 사유라는 것은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개인 일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구단은 소속 선수의 일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관리에 소홀했다는 질타를 받는다. 구단이 선수의 시간과 공간을 완벽하게 통제할 순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게다가 요즘 도박은 대부분 개인 전자기기(휴대폰)를 통해 이뤄진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순 없다. 시스템이 완벽할 순 없지만, 완벽함에 가깝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강경하고 엄중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 KBO와 구단 모두 '솜방망이'이 처벌로 논란을 자처했던 과거와 다른 행보가 필요하다.
관리와 교육도 더 강화해야 한다. 개인 채무 문제는 선수단 안에서 먼저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내부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창구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특히 퓨처스팀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검은 유혹'은 대체로 저연차, 저연봉 선수를 향한다.
윤리 교육은 아마추어 야구부터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현욱은 고교 시절부터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부터 올바른 가치관과 경제관념을 형성하고, 스포츠맨십을 존중하는 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에 따라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종훈 신임 회장은 "귀감이 되는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성 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감독과 학부모가 (인성 교육에) 더 심혈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 협회는 바람직한 교육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해외 사례도 연구할 생각이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을 꼭 실천에 옮겨야 한다.